비원

by 여강 최재효 2014. 5. 7. 00:15

비원悲願
- 해인사 쌍둥이 비로자나불을 보고 -

- 여강 최재효

                        단심丹心이 수심愁心을 낳고
                        애원哀願이 원루怨淚를 만들기도 하며
                        하해河海같은 눈물은
                        피안彼岸으로 가는 황강黃江이 되기도 하지요
                        촉촉한 물기 영원히 마르지 않기를 빕니다

                        천년 등신불等身佛로 남은 지아비
                        금빛 목불木佛로 이승을 사시는 지어미
                        두 임은 양계兩界를 넘나드시며
                        세세연년世世年年 금슬琴瑟을 이었고
                        우보牛步로 가는 세월을 탓하고 계십니다

                        한 백년 인생이 장구長久하게 이어지고
                        찰나의 눈 맞춤이 천년을 훨씬 넘었습니다
                        첫눈에 마음을 섞어 부부가 되고
                        하룻밤 지나 별루別淚를 뿌리는 후손들이 있는데
                        어디에도 사랑의 묘약은 보이지 않습니다

                        까막까치가 놓아준 오작교烏鵲橋를 허물어
                        일심一心이 되신 두 임
                        석공石工이 만든 돌다리를 일부러 두들겨 부숴
                        이심異心이 되는 이즈음 무심남녀無心男女
                        황금이 돌이 되는 기적이 언제 일어날까요

                        가야산에 제철을 맞은 산새들 지저귀고
                        금당金堂에 어색한 발걸음도 이어지는데
                        대비로전大毘盧殿에 숨죽이며 합장하는 한 나그네
                        한번 엎드려 절하며 가슴치고
                        구배九拜 마치고 먼 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네

                                    - 창작일 : 2014.5.3. 11:30

                            [주] 해인사 쌍둥이 비로자나불 -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은 지난
                                   2005년 개금을 위해 복장유물을 개봉하다가, 불상 내면에 쓰인 ‘中和
                                   三年(서기 883년)에 제작됐다’는 묵서명이 발견돼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불상으로 확인되었고, 대적광전 비로자나불과 법보전 비로자나
                                   불이 동일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2007년 대비로전을 건립하여
                                   쌍둥이 부처님을 함께 모셨다. 두 불상은 신라 진성여왕과 여왕의 작은
                                   아버지 대각간 김위홍으로 추정되며 비련悲戀이 서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