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3)
2022.04.18 by 여강 최재효
가을비
2021.09.06 by 여강 최재효
겨울 나무
2019.02.20 by 여강 최재효
식은 죽 먹기란
2019.02.17 by 여강 최재효
김치 고
2019.02.16 by 여강 최재효
어항 속 물고기가 되다
2019.02.15 by 여강 최재효
코스모스를 보는 작은 염원
2019.02.11 by 여강 최재효
설날
2019.02.05 by 여강 최재효
봄날은 간다(3) - 최재효 아버지 봄날은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습니다 만산(萬山)에 불꽃이 붉게 타오를 때면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하늘바라기가 되었답니다 반백 년이 훨씬 더 흘러 마파람 불어오면 얼굴 청수한 막내아들은 몽유병 환자가 된답니다 누이 같은 진달래꽃 어느새 풀이 죽고 목련꽃 땅에 떨어져 비련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작교에서 해후하셨을 테죠 아버지의 어두운 청춘을 가슴 아파하던 아들은 홀로 꽃 피고 지는 밤을 지새울까 두려워 온종일 휑한 시선을 먼 하늘에 박아 놓습니다 지금처럼 속절없이 일 년이 수백 번 흐르고 나면 부자(父子)의 봄날은 망각으로 흐를 테고 전가의 보도(寶刀)가 된 몹쓸 정한은 순진한 어떤 후손을 임바라기로 만들 테지요 - 2022.4...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22. 4. 18. 00:19
가을비 - 여강 최재효 빙수(氷水)보다 날카로운 물방울 만상(萬象), 한여름 밤의 꿈 상화(霜花)가 풍성한 사내의 삼매 늘어지네 오늘은 어째서 활동사진 같을까 이 비가 삼경쯤 슬며시 그치고 나면 무정하게 백수(白鬚) 하나 더 생겨나리라 무풍의 초록 잎은 더욱 두꺼워졌을 테고 저급한 인심 스친 다북쑥 어찌 갈무리할까 두려우리라 심중의 동안(童顏) 늘 그대로인데 세사에 둥둥 떠 있는 이방인 피차(彼此) 다른 게 없건만 서로 외면한다네 이 비(雨) 나그네에게 감로수로 불리지만 병상 사람에게는 저 길을 재촉할 수도 있을 테지 헤아려 보면 폐부를 찌르는 비수일 텐데 - 창작일 : 2021.9.6. 22:08. .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21. 9. 6. 22:11
겨울 나무 - 여강 최재효 바람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삼경 하늘에 만선(滿船)이 한 척 앙상한 몸 은광(銀光)으로 목욕하고 떨고 있는 임을 마주하네 북녘으로 나는 기러기 내 달에는 화신(花神)의 입김 거세겠지 입 있는 사람, 묵상하는 임, 엄동은 모두 자숙해야 하는 촌각 발이 있는 유정..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20. 01:08
식은 죽 먹기란 - 여강 최재효 소독약 냄새 밴 병원밥 두려워하니 아내가 전복죽을 올렸다 은은한 사랑이 철철 넘치는 천상의 음식이 틀림없어 보였다 나는 하루 세끼로 용왕님 자손으로 만든 끼니를 선호하였다 36사단 신병교육대, 한 달 반 동안은 거의 죽음의 행보였다 나는 조교가 호..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17. 08:38
김치 고(考) - 여강 최재효 당신께서 본래의 길로 떠나신 지 벌써 오년이 됐어요 아버지께 사주단자 새로 들이던 날 자식들 통곡했고요 탁배기 한 사발 김치 한 조각, 행복해 하시던 농삿꾼 어린 아들은 김치 반찬 도시락을 무척 무서워했어요 그 아들이 가정을 꾸리고 집안에 치즈 냄새만..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16. 16:33
어항 속 물고기가 되다 - 여강 최재효 귀중한 천부(天賦), 일억 년 쯤 된 화석처럼 변하고 있다 대천을 향해 떠나 갈 막차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역병으로 살처분 될 우공(牛公)의 심정을 헤아릴 것 같다 신명은 사람, 날짐승, 바다생물을 평등하게 제조하였다 다음 개벽이 오기 전..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15. 00:12
코스모스를 보는 작은 염원 - 여강 최재효 할아버님 산소 주변, 하늘거리는 가을꽃을 봅니다 모기 소리로 늙은 국민 여가수를 흉내 내어 봅니다 늘 흥얼거리던 가사(歌辭)였는데 어째 몰랐을까요 머리하얀 소년은 매년 세 번씩 할아버님을 뵙지요 손꼽아보니 벌써 150번 가까이 선산을 찾..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11. 23:54
설날 - 여강 최재효 고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설날 맞이한다 주선(酒仙)이셨던 아버지에게 큰 잔을 올렸다 생전 술만 담그시던 어머니에게도 잔 올렸다 서너 번의 수작으로 이승과 저승 연결되었다 몇 번의 절로 세 사람의 관계가 확인되었다 부모 모습 변함없는데 막내아들만 늙어간..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2019. 2. 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