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꽃잎
- 세월호 참사 靈魂을 위로하며 -
- 여강 최재효
이승에 영원이란 게 어디 있을까요
모든 게 홀연히 왔다 가는 걸요
남쪽바다 용궁에 고운 임들은 살아 계시고
뭍에 있는 사람들
감히 살아있는 목숨이라고 말할 수 없답니다
2014년4월16일, 남쪽나라 진도 앞바다에
못다 핀 붉은 꽃잎이 무수히 흩뿌려졌습니다
안타까워 발을 구르며
하늘을 잡고 애원도 해보았습니다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 속은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만산萬山에 봄이 왔어도 산새들 울지 못하고
꽃들도 시들어 고개를 숙였습니다
바다를 향해 외치는 내 아들 딸 이름, 그리운 이름들
갈매기는 소식 전해주지 못하고
달빛에 젖은 무심한 파도만 밤새 철썩입니다
비바람 치는 날이면
버릇처럼 바닷가로 달려가 소리쳐 보는데
풀빛 짙은 팽목항에 노란 리본만 소리없이 휘날릴 뿐
재잘거리던 소리는 환청으로 들리고
예쁜 미소는 포말 속에서 부서집니다
누구도 꺾은 적이 없는 소담스러운 꽃봉오리
남쪽에 무수히 봄이 찾아와도
봄은 결코 예전의 봄일 수가 없을 테지요
꿈결 처럼 세월이 흐른 어느 조용한 봄날에
남쪽 바닷가에 함초롬히 꽃들이 피어날 테니까요
- 창작일 : 2014.5.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