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by 여강 최재효 2014. 5. 6. 23:58

김삼의당 부부 영정

조우遭遇
- 마의산 기슭에서 金三宜堂을 뵙고 -

- 여강 최재효

                      이백 오십 성상星霜이 우습게 지나고 말았습니다
                      인생사가 다 그런 것인지요
                      임은 조용히 가시었지만
                      문향文香은 천지에 진하게 남아
                      지나가는 후생後生의 콧등을 시큰하게 합니다

                      지아비 입신立身을 위하여
                      지난至難의 불철주야를 묵묵히 보내셨습니다
                      오래도록 꿈꾸던 가문의 양명揚名은
                      결국 임이 세우고 말았으니
                      지아비께서도 크게 서운하지 않으실 테지요

                      이승의 부귀영화는 헛되고
                      저승 들어 문명文名이 유방백세流芳百世하시니
                      뭍 시선이 임에게 오래도록 머물며
                      임의 영어令語는 선남선녀에게 구전口傳되어
                      금수강산 곳곳에 차고 넘친답니다

                      하룻밤 지나 유별有別이 빈번한 이즈음
                      부부 해로동혈은 홍복洪福이 아닌지요
                      백화百花가 난만爛漫한 늦봄에
                      눈이 멀어 취한 듯 비틀거리는
                      무명의 나그네 찾아와 슬며시 눈물을 닦습니다

- 창작일 : 2014.5.4. 11:00

[주] 김삼의당 - 김삼의당(金三宜堂)은 1769년 남원 서봉방에서 출생하여 1823년

진안에서 55세에 삶을 마친 조선 후기 여류 시인이다. 그녀의 시집인 「삼의당

김부인유고(三宜堂金夫人遺稿)」에는 253편의 시와 22편의 문이 실려 있다.

남편 하립의 과거시험 뒷바라지를 하며 한 평생을 농촌에서 보내면서 담백한

심정을 시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