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
- 경주 선도산 聖母司에 가다 -
- 여강 최재효
북부여 백악산아사달白岳山阿斯達에서 이십년
남쪽 나라 서라벌선도산徐羅伐仙桃山에서 이천년
짧으면서도 아득한 세월이
유년의 동화童話 이면서
한편으로는 하룻밤 꿈속 이야기 같습니다
저 아래 커다란 커다란 무덤들을 보세요
한때 서라벌을 호령하던 임의 후손들입니다
산천은 의구依舊한데
오로지 변한 것이 있다면
서라벌 사람들 얼굴과 마음뿐일 테지요
천릿길을 한 걸음에 달려와
선도산 꼭대기에서 시왕始王의 모후母后를 뵙고
공손히 술잔을 올립니다
여전히 북부여北夫餘의 눈수嫩水가 그리운지요
심신心身이 뿌리내리면 고향이 아니던가요
사랑하는 지아비 눈동자에 새기고
무거운 몸으로 엄동嚴冬에 눈길 헤치며
만리길 걸어와 닿은 남쪽 하늘가 서라벌
임의 피땀으로 일군 천년왕국이
파란 하늘아래 보석처럼 빛나고 있답니다
세월은 단지 숫자가 아닌가요
아름다운 북부여 황녀皇女 파소婆蘇, 성모聖母
먼 후대의 어떤 나그네
꽃으로 천지가 미소 짓는 오월 어느 날
무산巫山의 신녀神女를 생각한답니다
- 창작일 : 2014.5.4. 12:00
[주] 1. 백악산아사달 - 북부여의 도읍지
2, 눈수 - 박혁거세를 낳은 聖母, 파소가 임신한 몸으로
북부여를 떠난 지역 이름
3. 황녀 - 북부여 황실의 여인
4. 성모사 -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파소의
혼령은 모신 사당. 경주 선도산 꼭대기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