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사 벽화 - 백마강에 몸을 던지는 백제 궁녀들
낙화유수
- 扶蘇山 낙화암에서 -
- 여강 최재효
단심丹心 끌어안고 이어진 무거운 발걸음
거짓말처럼 녹음 짙은 부소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백마강
그날 일을 모르쇠 하는 무정한 청천靑天
하늘이 수천 번 바뀌고
산하山河가 헤일 수 없이 변하여도
누가 감히 이곳에 서서
세상을 잊었노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까
서럽도록 아름다운 여름 낙화落花
하나 둘 강으로 흩날릴 때
이 땅의 백제 아비들 가슴 치며 눈물 쏟고
호로胡虜들 손뼉 치며 환호하였지
어찌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산천도 사람을 불신하였을까
높이 올라가 따져보면
누이가 되고 오빠가 되는 인연들인데
고란사에 봄이 오고 또 가을이 되면
고운 넋은 꽃으로 다시 피어날 테고
천년 응어리 떨쳐 버리지 못하는 나그네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 닦고 하늘 바라볼 테지
- 창작일 : 2014.05.23. 16:00
[주] 낙화유수落花流水 -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가는 봄의 경치나 세력이 보잘것없이 쇠하는 것을 비유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