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7)
- 여강 최재효
무월삼경無月三更에 동장군 기세등등하여
솜이불 겹겹이 덮고 이브자리에 누웠어도
뼛속에 냉기冷氣는 집요하게 파고들고
북창北窓 밖에 짝 잃은 고양이 밤새 울어대네
곁에 언제나 함께할 줄 알았던 고운 인연들
소리 없이 하나 둘 바람처럼 사라졌는데
이 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나 홀로 남은 듯 하네
저 지난봄 돌풍突風에 청사초롱에 불 꺼지고
독가獨家에 쓸쓸한 그림자만 길게 드리우더니
지난 가을 미수米壽의 어머님 강 건너신 뒤로
중년의 밤이 더욱 차갑고 지루해졌네
몽중夢中의 여인麗人은 동녘 마을에 살고
장부丈夫는 서천 끝자락에 홀로 지내면서
밤마다 중천中天 바라보며 별자리를 살피는데
명춘明春에는 제비 쌍쌍이 날아들었으면 좋겠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한숨 자고 나면 무시로 강산이 변하였구나
안타까워라, 미인과 화전花煎이 엊그제인데
홍안紅顔의 소년 간데없고 머리에 잔설만 쌓였네
- 창작일 : 2013.12.21.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