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가空家
- 여강 최재효
만추晩秋, 어느 무월삼경無月三更
삭풍에 상엽霜葉 휘날리고
주인 잃은 고가古家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듯
웅크리고 앉아 찬이슬 맞고 있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만
다 갚지 못한 하해河海같은 그 은혜 어찌할꼬
동토凍土 깊은 곳에 어머님 모시고
하늘 바라보니 나 홀로 예토穢土에 서있네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인연
백천만겁이 흘러 다시 만나면
모자母子 역할 바꾸어
내 한 평생, 속이 시커멓게 물들어 보리
천지신명天地神明은 사람을 내고
선인善人이 사람 형상을 낳았는데
인도人道를 가벼이 하고 천만리 발길 놓았으니
비웃던 탕자蕩子가 바로 이 몸이었네
자주 남녘을 바라보다 북녘으로 달리고
서풍西風 따르다 동풍에 눈길도 주었지
먼 길 돌아와 선 이 곳, 바로 원점原點
변한 것은 불초不肖가 단신單身 된 것 뿐이네
- 창작일 : 2013.11.3. 23:00
어머님 장례를 치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