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적破滴(2)
- 여강 최재효
겨울비 차양遮陽에 떨어져 부서지고
수심愁心은 뇌리腦裏에서 쌓이는데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들리니
뒤척이다가 일어나 잔을 잡네
겨우 지천명知天命을 지났을 뿐인데
마치 천년이 지난 듯하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이면
억만의 생령生靈들 두 눈에 등을 달지
천 년 전 오늘, 신라의 밤에도
원정遠征의 장부丈夫는 잔을 잡았을 테고
야속한 임을 원망하며
가인佳人은 거울 보고 탄식했을 테지
달 없는 밤은 동굴 속 미로迷路 같아서
석인昔人을 부르기도 하고
곁에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종종 빈 둥지에 흔적만 남기기도 한다네
차가운 빗방울 우묵한 동공瞳孔에 떨어지니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어서
첨잔添盞하여 살며시 맛을 보니
소금보다 쓴 반백半白의 신고辛苦 일세
- 창작일 : 2013.11.2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