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別腸
- 여강 최재효
별리의 응어리, 바위처럼 굳어버린지 이미 오래
하루에 수천번 일어났다 사라지는 야속한 심사
두 눈으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모습을 보지만
갈수록 수심은 쌓이고 단심丹心은 엷어져 가네
유년의 기억 저편에는 오로지 꽃바람만 불었지
연풍戀風 한번 스치고 지나면 몇날 동안 뒤척였고
돌풍이 어쩌다 불면 남몰래 눈물을 쏟아야 했지
뒤돌아 보면 피할 수 없는 내 인생의 여정인 것을
가고 머묾이 자유로울 때 맺은 아름다운 인연들
청사靑絲 홍사紅絲로 수 없이 매듭을 만들었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상사화를 피우려 했는데
등 뒤에 가시덩굴이 있음을 미처 보지 못했네
꿈속의 임 오시는 길이 그리도 멀고 험난했거늘
떠나가는 발걸음 어찌 쏜살같이 빠를 수 있는가
임 그림자 사라지기 전에 얼른 돌아서려 했는데
차마 내 스스로 매듭을 풀어버릴 수 없었네
아무도 찾는이 없는 언덕 위 독가獨家 겨울밤
가냘픈 소년의 여운은 새벽 꿈길을 달리고 있는데
옛임은 함께 부른 연가를 기억하고 계시는지
명년 춘삼월에는 고목古木에 꽃이 펴야 할 텐데
- 창작일 : 2013.12.29. 02:00
[주] 별장 - 이별의 심정. 당나라 한유(韓愈)의 시 원유련구(遠游聯句)
에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