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깨어
- 여강 최재효
춘삼월 만화방창萬化方暢하였는데
어머님 살포시 웃으시며 들어오시고
누이들 노래하며 뒤따르다
고가孤家에 들면서 무거운 시선을 던지네
어머니 먼 데 막내 보고싶어 오셨다는데
꽃방석 내어 드려도 서계시고
공손히 꿀물을 올려도 바라만 보실 뿐
아무리 권해드려도 수심에 찬 모습
차양에 떨어지며 부서지는 무수한 빗방울
이승에 없는 이름 나직이 불러보며
파몽破夢이 아쉬워 눈을 감아보지만
들리는 것은 무심한 비바람 소리뿐이네
차가운 겨울비 천지를 적시는 이 밤
탕아蕩兒는 부드러운 침상寢牀에 몸을 누이고
어머님 동토凍土에 누우셨는데
어찌해야 송구함을 덜어볼 수 있을까
어머님 피눈물로 이 몸을 낳으시고
평생 근심만 쌓으시다가 가셨지
꽃 피고 지는 일도 임의 뜻이라
먼훗날, 피안에서는 어머님 미소 볼 수 있을지
- 창작일 : 2013.1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