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一掃
- 여강 최재효
피땀 흘리며 반백년 살아왔거늘
하는 일 마다 허공에 남았으니
청운靑雲은 흰 구름으로 변했고
소년은 반백半白의 외인外人 되었어라
창천蒼天을 단숨에 날아보려고
오래 앉아 하늘만 바라보다
날개 부러져 앉은뱅이 신세와 같아졌으니
이제는 돌아갈 곳을 다시 찾네
세상사람 백안白眼이 무섭고
비수보다 날카로운 혀가 두려워
물 맑은 동해 한적한 곳에 몰래 찾아들었는데
다행히 해조음이 있어 마음이 놓이네
움막에서 잠을 자보고
아방궁 육림肉林에 들어도 보았지만
이 몸은 밤이슬 거친 자리가 제격일 듯 싶은데
죽마竹馬대신 병마病魔 올까 걱정이네
나의 고황膏肓은 나만이 고칠 수 있으니
편작扁鵲이 와도 그냥 돌아가리
오늘은 해풍海風에 귀를 씻고
내일은 파도 소리에 맞춰 비가悲歌를 부르리
정동진에서
[주] 一掃(한 일, 쓸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