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야獨也
- 여강 최재효
본래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일 뿐
헛되이 발품을 팔았지
팔방八方에 남긴 족적은 모두 지워지고
뒤안길에 한숨만 태산 처럼 남은듯 하네
중천에 조각달 쓸쓸한 행로나
바닷가 모래밭에 이방인 갈지자걸음이나
진저리 쳐지도록 흡사한데
다만 한쪽은 아직 미몽迷夢 중에 있네
달빛에 물든 서리 바다에 내리고
파도는 나그네 심경 모르고 달려드는데
세간世間에서 도망 온 영혼 위로
바닷새 한 마리 빙빙 돌며 정적을 깨네
천만세千萬世 대대로 아름다운 부창부수
공동묘지 도깨비불 같은 해로동혈
어느 날 시궁창에 처참하게 나뒹굴고
금수강산에 고래 같은 여왕벌 기세만 드높네
이 몸을 푸른 동해에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새털 같은 몸으로 돌아가려 했거늘
새벽달과 바닷새 벗하자 달려드니
되레 혹 두 개 달고 한동안 유구무언이네
- 창작일 : 2013.02.05. 05:00
정동진에서
[주] 獨也(홀로 독, 잇기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