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 雨 4
- 여강 최재효
차가운 비바람 북쪽에서 불어오니
동월冬月은 구름 속에서 나오지 않네
공방空房에 한숨 소리 높아가고
옛 걱정에 새로이 시름만 더 쌓였어라
초저녁 세우細雨 맞으며 연시戀詩 한편
늦은 밤 한우寒雨에 젖어 곡주 한잔
밤새 찾는 이 없는 한거閑居에 앉아
홀로 취해 옛일 생각에 목이 메이네
희뿌연 달무리 서천에 걸려 휘청대는데
이 밤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가
꽃바람 타고 왔던 고운 발걸음들
낙화유수에 휩쓸려 자취도 볼 수 없어라
바람소리 빗소리 새벽달 모두가 시름인데
함께 했던 사람들 하나 둘 말없이 떠나고
한때의 좋은 일도 허사虛事임을 알았으니
세상에 헛되이 구차한 이름 남을까 두렵네
산 너머에도 한월恨月이 졌으려나
풍랑 같은 세상사에 몇 번이나 놀랐던가
부질없이 누군가 그리워하는 허몽虛夢에
어느새 동창同窓이 여명에 젖어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