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 雨 3
- 여강 최재효
무산巫山의 신녀神女와 노닐다
폭포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니
유수에 도화행화桃花杏花 홀연히 사라지고
독방獨房에 한기寒氣만 가득 하네
무덤 속 같은 오경五更
차양遮陽에 낙숫물 떨어지고
무명 이불에 운우雲雨 흔적 지워지는데
아쉬워라, 수마睡魔는 멀리 달아났네
매화는 겨울잠에 들어있고
동장군 서슬 아직도 시퍼런데
눈치없는 우사雨師는 춘몽春夢 깨놓고
뒷짐만 지고 모르쇠 하네
이렇게 또 한해의 봄이 소식을 전해오니
내일이면 화신花神 찾아와
서쪽 언덕 집 처인處人을 유혹하여
나비 쌍쌍이 나는 꽃밭에 가자하겠네
꽃샘추위 성급한 홍상紅裳 밑으로 스며들고
훈풍薰風 밀려들면
선남선녀 밤낮으로 꽃비를 맞을 텐데
애끓는 단심丹心 어디로 향할까
[주] 1. 冬雨(겨울 동, 비 우)
2. 무산의 신녀 - 염제(炎帝)의 셋째딸 요희(磘姬)가
죽자 천제(天帝)가 그녀를 가엾게 여겨 무산(巫山)의
비와 구름을 관장토록 했다. 초회왕과 사랑 이야기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