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 雨
- 여강 최재효
차양에 빗방울 산산이 부서지는 새벽
객지 나그네 선잠은 점점 엷어지고
뒤척이는 흉중胸中에
천근 바위 태산처럼 쌓여만 가네
복사꽃이 소년 안중眼中에 날아든 뒤
밤낮 구분없이 앵무새 울어 댔고
입 맞추고 앵두꽃 날리는 빗속에 들면
청산에 웃음소리만 메아리 쳤지
돌풍에 춘몽은 하룻밤 지나 허망하게 끝나고
북풍만 사철 불어오는데
오늘따라 차가운 구름 속에 든 달
무슨 근심이 있어 모습 보이지 않은지
인연은 백천만겁百千萬劫에 맺어지고
이별은 새벽닭 울면 찾아오네
한번 떠난 발걸음 다시는 보기 어려워
녹수綠水에 눈물 보태면 누가 알아나 줄까
먼 훗날 이 몸이 청산에 구름으로 떠돌다
비가 되어 내리고 또 안개로 날다가
억 만 번 빗방울로 떨어져 하얗게 부서지면
전생 업연業緣 씻어낼 수 있을지
- 창작일 : 2013.01.21. 04:00
[주] 如雨(같을 여, 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