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4
- 여강 최재효
은하수 동쪽으로 희미하게 비껴 흐르고
여명이 동창同窓을 적시는데
밤새 항아姮娥와 나눈 운우지정에
금침衾枕에 온기 잔잔하게 남아 있네
일어나면 무료한 일상日常 이어지고
언덕 위 집은 설한풍에 온종일 휩싸일 테지
석인石人이 백주白晝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백일하白日下에 초췌한 모습 때문이라네
금잔金盞에 달빛 섞어 금주金酒 가득 부어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불분명할 때
비로소 낙화落花의 흔적 어렴풋하게 알고
박명薄明한 인생을 자조自嘲할 수 있다네
혼란 속에서 단심丹心 지킨 지 얼마인가
달밤이면 천녀天女를 임으로 삼아
계수나무 아래서 수작酬酌을 일삼는데
백옥 같던 내 얼굴 이제 나도 알아보지 못하네
- 창작일 : 2013.01.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