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 여강 최재효
겨울밤 화월花月 곱디 고운데
끝없는 시름에 몇 해가 흘렀는지
비단금침 덮었다면 지금쯤
비익조比翼鳥 되어 천상에 올랐을 것을
독방獨房에 밤새도록 불 밝혔지만
문 밖에 인기척 소리 없고
달빛만 외길에 하얗게 쌓였는데
어쩌다 찬바람 불어와 창문을 흔드네
인간사 뜻대로 되는 일 언제 있었던가
봄바람 불 때 아름다웠던 일 가물가물
추풍秋風에 염문艶聞도 옛일
남은 것은 베개에 얼룩 자국이네
봄을 기다리는 여인旅人 무료하여
공가空家에서 헛되이 보낸 날이 얼마인가
은하수에 오작烏鵲 오르는 날 멀었는데
일심一心은 부질없이 또 창공을 나네
춘삼월 되면 제비 날아와 집을 짓겠고
푸른 산하山河는 붉게 타오를 테지
어느 고택孤宅에 향기 없는 꽃 만발하면
행여 눈먼 벌나비 날아들까 걱정이네
- 창작일 : 2013.01.19.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