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제 6
- 여강 최재효
올해 신년新年 북풍은 너무 교활하여
단신單身을 더욱 무겁게 하는데
아침에 나뭇가지에 설화雪花 맺히다가
밤이면 여인旅人 두 눈(目)에 붉은꽃 피네
지난봄 이때쯤 청조靑鳥 살며시 날아와
화신花信을 전해주어
성급한 매화 향기 산막山幕을 뒤덮자
한동안 공방空房에 밤새 등불 켜놓았지
골목길에 죽은 듯 서있는 동목冬木들
언덕 위 집에 묵묵부답 어떤 석불石佛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정중동靜中動의 경지
조물주 속 마음 누가 감히 알 수 있으랴
하루살이에게 이틀은 슬픈 일이고
범인凡人에게 무료한 오백년은 큰 욕일진저
세상에 지극한 즐거움 없다면
유정有精이나 무정無精이 다를 게 없을 터
봄꽃은 벌나비를 기다리고
선녀善女가 선남을 그리워함은
뻔한 존재의 이유가 되면서도
예정된 별루別淚를 미리 덜게 함이려니
안개가 물방울 되어 비를 내리고
정한情恨이 크면 생사 갈림길에 설 수 있으니
천지 조화 인간 밖에 일이어서
망산邙山 백골白骨들 어찌 짐작이나 했으리
[주] 1. 청조 - 파랑새, 님의 소식을전해주는 전설의 새
2. 망산 = 북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