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달
- 여강 최재효
서너 번 눈을 비비고 나서야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진정 고향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전옥답을 몰살 시키고 그 자리에
거대한 아파트란 놈이 떡하니 서 있었다
개구리 맹꽁이 울음 소리 대신
외계인들이 날려 보냈을 법한
해괴한 노랫말들이
고향 밤 하늘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내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밤 하늘 별자리는 그대로인데
아무리 정을 붙이려고 몸부림 쳐도
타향이 되어 버린 고향
순이네 집터는 비에 젖어 쓸쓸하고
경수네 집은 도깨비 집이 되어버렸다
모두들 고향을 버리고 어디로 갔을까
날이 밝으면 추석인데
소년이 헛것에 정신을 놓아
자주 고향을 찾지 않는 것을 잘 아는 임
밤새 서성거렸지만
단단히 삐친 임은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 창작일 : 2011.9.12. 03:00
경기도 여주 고향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