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마다
- 여강 최재효
요즘 들어 만 천억 명이 누워도 남을
어마어마한 내 집터를 그려본다
누가 시켜서 정한 것은 아니지만
누우면 족히 천만 년은 편할 듯 하다
욕심많은 진시황의 질투가 눈에 선하다
요즘 발굴되는 잉카나 아즈텍 무덤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수십 명씩 누워 몹시 불편해 보인다
어떤 가문은 조상을 항아리에 담아
세대를 넘어 수백 개를 한곳에 두기도 한다
이승의 시간을 소진한 사람은 곧
오대五大로 흩어지게 마련인데
어떤 눈먼자들은 살아생전
단 한번도 적선積善한 적이 없으면서
오리온이나 카시오페아처럼
하늘 한 귀퉁이를 차지하려고 한다
가을 문턱에 다다르면 여름 내내
천둥 번개에 시달린 별들이 호롱불 밝히고
살만큼 산 사람들이나 스스로
시간을 재촉하는 자들의 꿈속으로 찾아와
쏜살같이 달려 온 그 사람의
발자국 하나하나를 몰래 들춰본다
하늘에 별자리를 둘 자격이 있는지
혹은 나 같은 망상가는 아닌지 하고
- 창작일 : 2011.8.23. 04:00
[주] 5대 - 사람이 죽으면 물, 흙, 불,
바람, 공간으로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