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백일홍
- 여강 최재효
나는 신기루 같은 풍진 속에 있고
너는 풍경으로 당당하구나
한때 나는 잔설 속에 봄꽃이
천지에 화왕花王인 줄 알았단다
내 시계가 정오를 넘기면서부터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니란 것과
누구든 결국 나에게서 멀어진다는 것과
나 역시 잠시 피다 지는
이름 없는 야생화라는 사실을 알았지
하루살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 무슨 임에 대한 불경不敬인가
여름 그림자 자취를 감출 때 까지
이승을 붉디붉게 물들이며
풍경으로 피었다 조용히 지는 네가
진정 화왕이 분명하다
나는 여전히 홍진紅塵 속에 떨고 있구나
- 창작일 : 2011.8.9. 19:00
[주] 백일홍(百日紅) - 배롱나무 꽃, 자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