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달빛 소나타(3)

* 창작공간/중편 - 달빛 소나타

by 여강 최재효 2006. 8. 13. 15:01

본문







   

 

 

 


  달빛 소나타(3)

 

 


                                                                                                                                                                                  - 여강 최재효 

 

 

 


  4명의 사내와 4명의 불나비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도심의 늦여름 밤을 달구고
있었다. 조 영진이 임시 사회자가 되어 나와 박 동철 그리고 윤 병수를 차례로
불러내어 노래를 시켰다. 테이블에는 수를 알 수 없는 고급 양주병들이 어지럽게

굴러 다녔다. 불나비들은 남자들의 허리를 꼭 안고 음심을 자극했다. 박 동철이 메

들리로 김 수희의 멍에를 시작으로 블루스풍의 노래를 뽑자 갑자기 조용해 졌다.

각자의 파트너들을 꼭 부둥켜안고 무르익은 여체에 탐닉하는 공식적으로 허락 된

시간같았다.


  “자, 이제 너희 들은 나가 있어라. 오빠들이 아주 중대한 회의를 할 시간이란다.”
  조 영진이 아가씨들을 모두 내보내고 지난 3개월간의 미곡상을 운영하면서 야기

되었던 문제점에 대하여 간단히 토의를 하자는 제의를 했다.


  “영진이 아우, 내일 하지. 나 무지 취해서 정신이 가물가물한데 말이야.”
  “형님, 간단한 내용만 토론 하고자 합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저하고 동철이는
철원으로 쌀을 보러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우. 내 고향에는 쌀이 없나?”
  “네에, 형님, 쌀이 유명한 고장이라서 쌀농사를 많이 짓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현지에 가보면 예전처럼 대량으로 내다 파는 게 아니라
군청에서 추곡수매를 하여 전량 수거하듯 해버리니까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좀

체로 품질 좋은 쌀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조 영진은 내가 직접 지방으로 쌀을 구입하러 다니지 않는 것을 알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100% 신임했다.


  “그래, 그럼 큰일이네. 나는 내가 터놓은 학교와 대형 사업체 요식업소 등에
저렴한 값에 여주 쌀을 공급하겠다고 큰 소리 뻥뻥쳤는데 이거 큰일 이네.“
  “형님, 너무 걱정 마세요. 내일부터 다시 철원을 들려 다시 형님네 고향으로
가보죠.“


  “그래. 그래. 난 자네를 부사장으로 알고 있으니까 자네가 알아서 해봐. 뒤에서 내

 무조건 지원해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형님.”


  “그리고 아우님들, 우리 사무실에 여사원을 한 명두고 싶은데 누구 추천할 만한

사람 있으면 말해봐.“
  “형님, 왜요? 형님 혼자서도 경리 회계 업무는 충분하시잖아요.”


  “아냐. 나도 사무실에만 있으니까 너무 다분해 나도 지방이나 아니면 시내로
돌아다니며 홍보를 하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영업상무가 돼야 하겠어. 수입은
지금처럼 하면 곧 우리는 곧 클 거 같어.“


  그랬다. 모두가 사심 없이 발 벗고 뛴 덕분에 창업 초기에 고전 하던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상당한 흑자를 보고 있었다. 명색이 사장으로 사무실만 지키고 있

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나 한 사람이라도 현장에서 뛰고 싶었다.


  “형님, 그럼 제가 한 사람 추천 할게요.”
  “오, 그래. 동철이가 아는 사람 있어?”
  “제 고향 동창인데, 몇 달 전 이혼하고 혼자 집에서 놀고 있는데 그 친구가 최근 까지 회사
경리부에서 일했거든요. 아마 그 친구 고용하면 일당백을 해낼겁니다.“


  “그래? 물론 여자겠지?”

  “그럼요. 당연히 여자죠. 인물도 삼삼해요.”


  “그럼, 내일 당장 출근하라고 해. 아우가 보증을 서는데 무슨 의심할 일이 있겠

어? 안 그런가? 진영이”
  “물론입죠. 당연하고말고요. 제가 한번 그 친구를 보았는데 상당히 미인인걸요?

형님 괜히 호랑이 새끼 키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예끼 이 사람. 호랑이면 어떻고 사자면 어때? 다 우리 사업을 돕기 위해 일할 사

람인데.“
  “물론이지요. 형님.”


  “그럼, 우리 이사 아우님들의 백프로 찬성으로 내일부터 우리 사무실에 여사원을

한명 고용하겠네. 임금은 월 150만원 정도 주고 사업 실적에 따라 그때그때 보너

스 형식으로 주면되지?“


  “하이고, 형님, 역시 형님은 통이 크세요. 그 친구 내가 말하면 그냥 나와서 도와

줄 여자예요. 집에 있는 거 보다 백번 낫지요. 암튼 고맙습니다. 형님.“
  그렇게 해서 미스 홍이 다음날부터 사무실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었다. 미시를

르기 좋게 미스로 호칭하기로 했다.


  미스홍은 서울이 고향으로 이지적이면서 차분한 성격으로 뇌쇄적인 눈을 가지고

있어서 웬만한 남자 서넛은 눈빛으로 압도할 수 있는 당차면서 똑똑한 여자였다. 미

스 홍이 사무실에 출근 하면서부터 사무실 분위기는 확 변해버렸다. 화분이 생기고

매일 아침마다 싱싱한 생화가 꽂혔고 방향제가 뿌리지는 등 영업에 일대 혁신이 일

어 난 느낌이었다.


  또한 나의 눈빛을 보고도 미스홍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디를 가는지 거의 알아

맞혔고 상당히 싹싹한 행동에 나는 물론 주변 고객들로부터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나는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며칠씩 사무실을 비울 때면 통장과 인감도장

등 모든 것을 미스홍에게 맡기고 다녔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한 나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규

모로 차떼기로 양곡을 구입해 판매하는 것 보다 규모를 크게 확대하여 큰 이익을

보고 싶었다. 충청도와 강원도 경기도 양곡업자 몇몇과 거래선을 트면서 나는 눈코

사이 없어 바빠졌다.


  “형님, 양곡판매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소화할 수

는 물량도 한정돼 있고요. 제 고향 친구 놈이 양주와 미제물품을 무자료 거래로 짭

짭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데 한번 알아볼까요?“


  조 영진은 나에게 귀가 솔깃한 제의를 했다. 그러나 나는 양곡 한 종류에 한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초창기부터 너무 사업을 크게 벌려 놓으면 사업 경험이 없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될 듯싶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하잖아, 만약 세무서에서 조사라도 나오는 날에는 사법기관에

고발을 당하거나 벌금을 물텐데......“


  내가 난색을 표하자 조 영진은 그 친구에게 노하우를 배우고 시작하면 안전할
것이라 하며, 상당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을 그냥 보고 넘긴다는 것은 너무 아깝

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럼, 아우가 그렇게도 원하니 알아서 해, 나는 그 분야를 잘 모르니까 . 그리고

외부인사 다른 누구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해야 돼 조심하라고.“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제가 누굽니까?”


  “잘 생각하셨어요. 사장님, 서울서 외제물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제 고등학교 동

창이 있는데 그 애는 사업 수완이 얼마나 좋은지 벤츠를 타고 다니며 매일 골프나

치러 다닌대요. 두 딸 모두 미국에 유학 보내고 남편과 떵떵거리고 사는데 무자료

거래는 그야말로 누워 떡먹는 것 같아요. 엄청 이익이 많이 남는 것 같더라고요.“
  미스 홍이 조 영진의 말에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조 영진은 수입양주를 제법 규모가 큰 주점이나 고급식당을 대상으

로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무자료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불공정거래

를 하는 자체에 나는 양심에 가책을 느꼈지만 조 영진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

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체 하였다.


  나는 오로지 미곡판매망 관리에 전력을 기울였다. 사업 시작 1년 정도가 흘렀다.

모든 것이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고 세 아우들도 나에게 충성을 하면

서 각자 성심성의껏 뛰었으며 미스홍은 우리들의 꽃처럼 나름대로 향기를 발산하

며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와 아우들이 믿음직스러웠다.


  봄이었다. 지난해 두세 번의 큰 태풍으로 강원도와 충청 전라지역에 쌀작황이 좋

지 않았다. 쌀 가격이 한 달 만에 소폭으로 오르더니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것

같았다. 나는 저녁에 회식을 하자며 세 아우들과 미스 홍을 참석토록 했다.


  “미안 합니다. 그동안 서로 바쁘다 보니 어떤 날은 얼굴도 보기 힘들더라
구요. 그래서 내가 아우님들의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우리 주식회사 서해물산 단

합을 겸해서 또한 최근 미곡시장의 동향과 향후 대책에 대하여 나의 구상을 여러분

께 전해 드리고 좋은 아이디어를 청취하고 싶어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이 드

시고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의견을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 동철 아우가 건배 제의

를 해보지?“


  “큰형님의 눈부신 사업경영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우리 주식회사 서해물산의 무

궁한 발전과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건배“
  박 동철은 그럴 듯하게 건배사를 하며 싱겁게 웃었다. 


  “사장님, 제 잔 받으세요.”
  미스 홍이 잔을 비우자마자 나에게 잔을 내 밀었다.


  “오, 그래. 미스 홍. 고마워.”

  “사장님, 이런 자리 자주 만들어 주세요. 사무실 분위기 전환에도 좋고 서로
우애를 다지기에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미스 홍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에게 눈을 맞추었다.


  “자, 영진이 내 잔 받게.”
  “네에, 형님.”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우리 세 형제 일치단결하여 사세(社勢)를 더
넓혀 보자고. 그리고 술 장사는 어찌 되어가나?“
  “그럼요, 형님. 곧 그 동안 실적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형님.”


  “아냐,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나중에 미스 홍한테 천천히 보고받으면
될 텐데 뭐. 그건 그렇고, 작년에 우리나라 쌀 작황이 좋지 않아 요즘 쌀 가격이
뛸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말이야. 나는 이번 기회에 무리 서해물산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형님 말씀이 지당합니다. 이번에 대규모로 지방에서 쌀을 구입해 한두 달
정도 저장하고 있다 일시에 팔아버리면 그 차액이 만만치 않으리라 봅니다.“
  잠자코 술잔만 만지작거리던 윤 병수가 확신에 찬 얼굴을 했다.


  “그래, 자네 생각도 좋은 생각일세. 또 다른 사람 의견은 없나?”

  “형님, 이번에는 운송비용을 제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번 해 보죠.”

   종 영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냈다.


  “운송비용을 절감한다?”
  “현장에서 대량으로 쌀을 구입해 인근 창고에 저장하였다가 때를 보아서 방출
하는 겁니다. 형님.“
  “음, 좋은 방법 같은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시게.”


  “예를 들어 부산을 중심으로 김해나 울산 또는 부산 주변 지역에서 쌀을 구매해

부산인접 지역에 창고를 한두 달 대여하여 임시로 저장해 놓는 겁니다. 굳이 많은

량의 쌀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다 보면 쓸데없이 수송비용이 들어가니까 현지에서

구매하여 현지에서 전량 판매하는 방식이지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위험이 커. 지방에도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상인
들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리고 현지에 창고를 가지고 있는 작자를 알지도 못하잖아.“

  소주잔을 홀짝거리던 박 동철이 입을 열었다.


  “형님,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즘 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물류창고가 반 이상은
텅 비어 있고 제가 지방에서 개인 창고업을 하는 사람들을 꽤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은 염려 마세요. 제가 내일부터라도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그건 그렇고 어느 지역을 찍어서 우리의 야심작품을 만들어 볼까?”


  “형님, 대구지역을 노려보시죠.”
  “영진이, 대구지역에 특별히 추진할 만한 무슨 이유라도 있나?”


  “그 지방역시 역시 작년에 쌀 작황이 좋지 않아 지금 쌀값이 여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뛸 조짐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제 친구들이 많이 있고 다행히
창고 임대업을 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오오, 그거 다행이구먼. 그럼, 자네 의견대로 해 보자고.“
  “고맙습니다. 형님. 제 의견을 채택하여 주셔서요.”


  “내일 그럼 나하고 대구에 한번 다녀올까?”
  “그렇게 하시지요.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조 전무님,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미스 홍이 빨간 입술을 오물거리며 끼어들었다.


  “그렇게 해요. 미스홍도 함께 가지. 대구에 들렸다가 부산에 가서 회도 맛보고
오자고.“
  “아이 좋아라. 사장님, 고맙습니다.”


  “자자, 아님들들. 다음번 우리의 프로젝트가 정해졌으니 자축하는 의미에서
축배를 들자고. 이번에는 미스 홍이 축배사를 해봐요.“
  “우리 사장님의 훌륭한 판단력과 서해물산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서 건배!”
  

  다음날 나는 조 영진과 미스 홍을 대동하고 대구를 찾았다. 미리 조 영진의
연락을 받은 창고임대업을 한다는 윤 사장과 이 지역 유통업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최 사장이라는 사람이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윤 창석 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조그마한 창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영이하고는 군대 동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 홍민이라고 합니다. 지는 마, 영진이하고 고등핵교 때
동문수학한 사이 아닝교. 저 녀석 일이라몬 지일처럼 생각한다 아임니꺼. 이번에

최 사장님께서 크게 사업을 벌이신다고 하시는데 지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지가

힘을 다해 협조해 보겠심더.“


  “아이고, 이런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면부지 대구에서 이런 귀인
두 분을 만나다니요.“


  나는 일행과 함께 윤 창석의 소유라고 하는 창고를 둘러보았다. 최근에 지어진 건

물 같아 보였다. 세 동의 창고는 수만 가마니의 쌀을 저장하고도 남을 정도로 커 보

였다. 최 홍민은 조 영진이 내 뜻을 전해 듣고 우리 일행을 부산으로 안내했다.


  “최 사장님, 지는 경주 최가인데 최 사장님은 어디인교”
  “아, 저는 해주가 본이고 좌랑공파입니다.”


  “그라몬 지와 한 집안이나 마찬가지지에. 안 그런교?”

  “맞습니다. 해주나 경주나 같은 집안이라고 해도 무방하지요. 아무튼 반갑습니

다.“


  태종대의 어느 횟집을 찾은 우리 일행은 약간 들떠 있었다. 마치 사업상 새로
운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 들었고 멀리 나와 바닷가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술 한 잔 한다는 기분에 마음이 풀어져버렸다.


  인천으로 올라온 우리 일행은 다음 날부터 각자의 임무를 새로이 배정했다.
조 영진과 윤 병수에게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 까지 대구에 상주하면서 창고를
확보하고 인근 김천, 영주, 안동, 경주, 예천 지역을 다니며 쌀을 구입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박 동철에게 그동안 깔아 놓은 상품들의 미수금을 빠른 시일 내에 회수

하는 일을 맡겼고 미스 홍에게는 그날그날 자금 사정에 대하여 보고하도록 했다.
 



  - 계속 -


















 


'* 창작공간 > 중편 - 달빛 소나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빛 소나타(6)  (0) 2006.08.14
달빛 소나타(5)  (0) 2006.08.13
달빛 소나타(4)  (0) 2006.08.13
달빛 소나타(2)  (0) 2006.08.12
달빛 소나타(1)  (0) 2006.08.1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