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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소나타(6)

* 창작공간/중편 - 달빛 소나타

by 여강 최재효 2006. 8.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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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소나타(6)

 

 

 

 

 

                                                                                                                                                                     - 여강 최재효

 

 

 

 

 


  “어이, 최 사장님, 그렇게 감쪽같이 숨는다고 일이 해결되나? 나나 당신이나 불알

두 쪽 달린 사나이 끼리 한 계약은 사나이들이 책임져야 하지 않나? 안 그래? 당신

업체가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 되었다고 소문을 들었는데. 나한테 빌려간 돈 2억

원 갚을 건 따로 마련해 두었겠지? 나는 당신을 믿어. 공무원 출신들은 절대로 남

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 안 그런가? 모레 오후 3시까지 시간을 주지 그날까지

 

 이억 삼천 만원 내 앞에 대령해. 만에 하나 다른 생각을 한다면 난 더 이상의 자비를

베풀 수 없어. 당신 아이들 직장 학교 그리고 당신 동생들과 처제들에 대한 정보가 내

손안에 있음을 명심해. 나도 당신네 가정에 더 이상의 비극은 없었으면 하는 심정이야.


 자, 그리고 이것은 각서야. 잘 읽어보고 서명해. 차암, 삼천만원은 이자야, 우리 이자 센거 잘 알잖아. 벌써 며칠 흘렀고 3일 후면 삼천이 붙어 우리 사내들끼리는 구차하

게 계산방식 가지고 따지지 말자고 치사하게. 응? “


  박 사장이 내 앞에 내 놓은 각서는 신체 일부 포기 각서 였다. 만약 제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내 신체 일부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내용의 말로만

듣던 각서였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 하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말로만 들어

오던 신체포기 각서에 서명은 할 수 없었다.


  “어이, 최 사장님. 그 각서에 사인 안 해?”
  “박 사장. 신체 포기각서는 ......”
  “박 사장? 내가 네 친구냐? 응?”


   박 사장의 구둣발이 내 가슴을 강타했다.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나는 간신히 참고

앉아서 다시 한번 사정을 해보았다.


  “박 사장님, 제 날짜에 돈을 구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신체포기 각서만큼은......”
  “허어, 이 사람이 아직도 뭘 모르네. 어이, 김 차장. 이 사장님이 우리 듯을 잘 이해

하지 못하신가보네. 자네가 좀 알려 주게.“


  “네에, 사장님.”
  등치가 남산만한 스포츠형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내 가슴 팎에
구둣발을 날렸다. 내가 뒤로 나가떨어지자 씩 웃으며 가 가슴을 구둣발로 짓이기며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다시 무지막지한 구둣발이 내 가슴 팎에 내리 꽂혔다.


 
“어이, 최 사장님, 우리 박 회장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신체 각서란,

당신이 모레까지 돈을 못 갚으면 당신 팔이나 다리를 잘라 버려도 무방하다 이런 각서에 사인을 하란 거야. 당신 팔 하나 자르면 부채는 탕감해주지. 자, 이제 이해하셨

으면 여기 사인을 해.“


  “이봐요, 박 사장님. 제발 모레까지 어떻게 해볼 테니 신체각서에 사인은 나중에

하기로

합시다. 부탁드립니다.“


  “어이. 김 차장. 약발이 안 받나 보네. 내가 직접 이해를 시켜 볼까?”
  “죄송합니다. 회장님.”
  “빨리 이해 시켜서 내 보내.”


  “이 새끼가. 우리 회장님 말씀과 내 쉬운 설명을 아직도 못 알아듣네? 이걸
어떻게 이해시키지. 응? “
  
  퍽-.  김 차장이라고 하는 사내는 무쇠 같은 주먹이 내 배와 옆구리를 강타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땅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어서 구둣발이 내 허벅지와 배를 짓이기

면서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야, 너 정말로 세종대왕님께서 고생고생하면서 만드신 한글을 모른단 말이야?
너 초등학교 나온 거 맞아?“

  나는 배를 움켜쥐고 간신히 의자에 앉았지만 눈앞이 가물가물 했다.


  “야, 나 바빠. 당신하고 장난할 시간 없어. 아직도 맛을 더 봐야 알겠어? 응? 빨리

서명해 이 새끼야.“
  사내가 내 머리를 후려쳤다. 눈물이 핑 돌며 설움이 복 받쳤다. 동생뻘 되는
사내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나는 강제로 신체포기 각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잘 했어. 최 사장. 우리 사내 끼리는 말이야. 서로 통하는 게 있어야 해. 지금처럼

이렇게 고분고분하면 얼마나 좋아. 무니 좋고 매부 좋고. 안 그래? 우리 애들이 혹시

너무 거칠게 다룬 것 같은데, 다 이해하고 모레 웃는 낯으로 여기서 다시 만나자고. 응? 나도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어. 대신 자네 여자와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겠어.

약속하지. 그런 만큼 당신도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면 안 되겠지?“


  박 사장은 담배에 불을 붙여 나에게 내 밀었다. 상의가 찢어져 몰골이 말이 아니

었다. 나의 처참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더니 박 사장이 만 원권 지폐 두장을 내 얼굴

에 던졌다.


  “나가다가 시장에서 티셔츠라도 사 입으라고 옷이 말이 아니군 그래.“
  '아, 이러한 일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벌어지다니 그동안 말로만

듣던 야차 같은 사채업자에게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다니, 이런 수모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이, 최 사장 울지 마, 애들처럼 왜 그래. 나도 당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파. 잘 나가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당신 사업체를 보면 말이야. 눈물 닦고 사후일

이나 깨끗하게 마무리 해야지. 빌려 간 돈은 돈이야. 내가 당신한테 괜히 린치를 가

한 것은 아니잖아. 돈 이 있으면 당당하게 갚으면 될 것을 왜 도망을 가고 그래?

남자가 돼서, 응? 꽃 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새끼들 장래를 생각해야지. 안 그런가?“
  나는 박 사장에게 비굴하게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이틀은 번개같이 흘러갔다. 두 손에 먼지 밖에 없는데 어디

서 이억 삼천만 원을 만든단 말인가? 아무리 돈 나올 곳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전혀

나올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잠적하는 수밖에 없었다. 3일이 지나자 휴대폰

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문자공세가 시작 되었다.


  - 최 사장, 사나이답게 행동해야지.
  - 네가 뛰면 어딜 가겠니? 네놈 *을 잘라 갈 테니 각오해야 할 거야.
  - 네, 마누라. 오늘 봤는데, 얼굴이 제법 반반한데.
  - 네놈, 큰딸 청량리나 영등포에 넘기면 값은 꽤 받겠어.
  - 우리 사무실로 와서 다시 계약을 하지. 사내답게.
  - 야, 이 생쥐 같은 놈아. 잡히면 염라대왕 앞으로 가는 줄 알아.


  - 너 잡히면 네놈 *을 내 먹을 테니 각오해.
  - 내일은 네놈 마누라 손 좀 봐야겠어. 각오해.
  - 네놈 둘째 딸도 얼굴이 제법인걸. 값이 좀 나가겠어.
  - 아들놈은 건드리지 않겠어. 대신 신사답게 행동하자고.
  - 네 어미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해. 천수를 누려야지.


   나는 더 이상 버틸 기력이 없었다. 집엔 주로 아내와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고

낮에 아이들과도 수시로 통화를 하면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했지만 언제까지 숨어서

 살 수 만은 없었다. 고향으로 내려가 동생에게 나의 사정을 말하고 급한 대로 얼마

의 돈을 마련하여 경동물산을 찾아 갔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그래 돈은 마련한 거야? 최 사장?”

  나는 있는 대로 돈을 내놓으면서 그간의 돈을 구하느라 연락을 못했고 차차
돈을 갚겠다고 사정을 하였지만 지옥의 사자보다 더 무서운 박 사장은 나의 말을

묵살하고 돈 다발을 내 얼굴에 집어 던졌다.


  “야, 너 정말로 죽고 싶냐? 그 동안 내가 너에게 베푼 자비에 한계가 넘었어. 이제

네 물건을 잘라 놓고 가던지 팔이나 다리를 잘라 놔. 그렇지 않으면 너 오늘 여기

서 살아서 나갈 수 없어. 이걸 돈이라고 가져왔냐? 지금 나하고 장난하니? 엉?“


  윽-.  박 사장의 날카로운 구둣발이 내 등에 사정없이 꽂히면서 나는 앞으로 고구

라 졌다. 이어서 김 차장의 육중한 펀치가 내 복부와 옆구리를 강타했다. 


  “야, 김 실장. 저 새끼 일단, 골방에 가둬놔.”
  나는 이틀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골방에 갇히는 신세가 돼야 했다.


  “그래, 이틀 동안 반성 좀 했나?”
  박 사장이 설렁탕을 시켜 주면서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고, 고맙습니다. 박 사장님.”
  나는 허겁지겁 숟가락을 들었다.


  “여기 담배도 있어 담배도 한대 빨아가면서 들라고. 너무 빨리 들다 채하면 곤란하

잖아.“ 식사를 마치자 박 사장이 마치 경찰관처럼 나를 심문하기 시작 했다. 


  “당신, 고향에 누가 있어?”
  “노모 한분 계십니다.”
  “그래?”
 

  “현재 당신 명의로 된 재산이 뭐가 있지?”
  “시골에 땅 조금 있는데 사업상 모두 은행에 근저당 잡혀 있습니다.”
  “그 땅문서하고 당신 인감도장 인감을 내일 까지 가져와.”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이 당신 명의 땅을 처분해서 사업한다고 나 한테 빌려 쓴 돈을 제하고

나면 얼마나 남지?"

  " 잘 모르겠습니다만 약 일억 칠팔천은 족히 될 겁니다.“
  “그리고, 당신 살던 아파트는 얼마에 저당이 잡혀있지?”
  “일억 오천 정도 됩니다.”


  “그럼, 현재 시가는 얼마야?”
  “약 이억 오천만원은 될 겁니다.”
  “그럼, 땅 팔고 아파트 팔면 나한테 빌려간 돈과 이자는 충분 하겠구먼. 안 그래,  

최 사장?”
  “그런데 저당이 설정 되어 있는데요?”


  “아아, 그런 건 걱정 하지 마.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네에”

  “내일 나하고 당신 고향을 가보자고 현지에 가서 물건을 살펴봐야지. 자, 오늘은

여기서 푹 자고 내일 가보자고.”


  나는 다음날 오후 박 사장 일행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을 넘겨주고 고향으로 내려

갔다. 차 안에 갇혀 있으면서 나는 인생의 비애를 맛 봐야 했다. 한때 청운의 꿈을

안고 달렸던 길을 지금은 채무자가 된 몸으로 야차 같은 사채업자들의 손에 이끌

려 고향을 향하고 있는 심정은 죽는 것 보다 못했다. 고향에 들려 내가 안내하는 대

로 논과 지적도 그리고 등기부 등본 토지대장을 살펴본 뒤 박 사장 일행은 흡족해

했다.


  “당신, 아주 부자구먼. 그냥 저냥 국으로 공무원이나 하면서 살지 무슨 사업을 한

다고 저렇게 좋은 문전옥답을 날려 그래? 자네 지하에 계신 아버지께서 통곡하시

겠네. 쯔쯔쯔. 송충이는 갈잎을 먹어야지 괜히 쓸데없는 생각했다가 우리처럼 세상

을 청소하는 저승사자님들 손에 걸려든 경우가 아주 많아. 자네도 그중 한 명이야.

자, 우리 이 고장 용봉탕이 유명하다는데 맛이나 보고 가지 김 차장.“


  “네에, 알겠습니다.”

  박 사장 일행은 신륵사 근처 매운탕 집으로 들어가더니 용봉탕을 시켰다.


  “자, 한잔 받게. 최 사장 그동안 우리에게 협조 하느라 고생 많았어.”
  “네에, 박 사장님.”
  나는 그들이 주는 소주잔을 황송하게 생각하며 연거푸 서너 잔을 받아 마시고 정

신을 놓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박 사장 일행과 나를 태운 봉고차가 영동고속도로

를 달리고 있었다.


  “일어 나셨는감? 최 사장님? 어이, 차 세워.”
  박 사장은 운전사에게 차를 멈추도록 하자 김 차장이란 사람이 내 어깨를 잡았다.


  “자, 여기서 부터는 자네 집까지 걸어가시지. 차가 너무 좁아.”
  김 차장이 나를 차 밖으로 걷어차면서 내 얼굴에 천원권 몇 장을 뿌렸다.


  “혹시 가다가 출출하면 밥이라도 사 먹으라고.”
  “이보시오. 박 사장. 나를 여기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오?”
  그러나 박 사장 일행을 태운 차는 그냥 가버렸다. 
대충 짐작으로 용인과 이천의

중간 사이 같았다. 보름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나는 무작정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방향으로 걸었다. 차들이 보통 시속 14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노견으로 나와 서울 방향으로 달리는 차

에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나를 미친 놈 취급하면서 차들은 길게 꼬리를 남기고 서

울쪽으로 사라졌다.


  “아, 아버님, 조상님. 제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습니까? 네에? 제가 전생에 무

슨 죄를 지었기에 이 같은 시련을 주시는 거냐고요?“
  나는 길가에 누워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답 해주는 사람

은 없었다.


  “달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께서는 저에게 해답 좀 내려 주세요. 앞

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요?“
  그러나 달님은 말없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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