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友
- 도봉산 자운봉에서 -
- 여강 최재효
바위길 가팔라 하늘에 닿았는데
흔한 발걸음 모두 지나고 나자
운무가 길을 막고 발목을 잡네
마른 바위에 앉아 시를 읊조리니
까마귀 날아와 대구對句를 청하네
단풍잎 띄워 잔을 채우자
이번에는 낮달이 슬며시 손을 내미네
벗이란 내 몸과 같은 것
불콰해진 달이 웃으며 서천으로 떠나고
흑조黑鳥는 가볍게 노래하네
갑자기 찬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 휘감으니
안타까워라, 마지막 잎새 파르르 떠네
거짓말 같은 인면人面에 속고
인자한 수심獸心에 깊이 멍든 뒤로
오로지 목석木石만을 벗 삼고
화월花月을 가까이 할 뿐인데
검은 들고양이 찾아와 친구하자 조르네
- 창작일 : 2011.11.4.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