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암 가는 길
- 북한산 원효봉을 오르며 -
- 여강 최재효
가을 같은 내가 가을 한가운데에 드네
청산은 겨우살이 채비로 분주한데
흰 구름 한가히 오락가락하네
무쇠덩이 매단 두 발 저 아래 계곡에 벗어놓고
새털보다 가벼운 입 던져버리고
얽히고설킨 머리도 내려놓고
바람에 이목耳目 씻으니
까마귀 날아와서 아는 체 하네
전생前生 업業을 입어 사람으로 나와
한 평생 속죄해야 하거늘
분수를 잊고 눈에 드는 것
귀에 쌓인 것을 취하려다 넘어졌었지
헛되이 오르고 또 오르려는 발길 잡아
황금덩이 태산만큼 짊어져도
결국 ‘공수거空手去’라고
추풍낙엽 보이시는 천지신명의 진언眞言
감로수 한잔 놓고
까마귀와 수작하다 어량해지니
내가 사람인지
까마귀인지 분간할 수 없어 천만다행이네
- 창작일 : 2011.10.16.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