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
- 북한산을 오르며 -
- 여강 최재효
추억을 아끼고 싶어 내 등허리를 짓밟네
짓이겨 질수록 덜 삭은 욕망 덩어리가
금방 걸쭉해져 제 자리 잡으면
오뉴월 배부른 황소 불알처럼 여유롭고 싶네
뒤통수에 눈이 없는 미련함 때문에
대낮에 부지기수로 코를 베이고
저 지난 봄에는 누런 강을 건널 뻔도 했었지
다행히 조상님 음덕으로 되돌아와
흰 구름 벗 삼으니 여한이 없네
나무와 돌과 새는 간데없고
낯선 인산인해로 역겨워 구토하니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어
몰래 바위틈에 숨어 두 눈동자만 굴리네
주린 배 채우려 박주산채 펼치니
느닷없이 갈까마귀 달려들어 잔을 잡네
피차가 곧 산이고 새이고 술이 되기도 하며
백천만겁 허공에서 돌고 돌다가
백일몽에 취해 추억을 까먹으면서
다정하게 구름에 눕기도 하지
- 창작일 : 2011.10.23.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