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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않는 새(4)

* 창작공간/단편 - 울지않는 새

by 여강 최재효 2011. 1. 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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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않는 새(4)

 

 


                                                                                                                                                                                     - 여강 최재효

 

 

                                                                                                        4
 

 
 “외삼촌 오셨습니까?”
 “그래, 너희들 오랜만에 본다. 어머니 혼자 병실에 두고 어디들 갔다 오는

니?” 

 병실에 뜻 밖에 S의 친오빠가 와 있었다.


 “네에, 동생들하고 어머니 향후 거취에 대하여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S의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들이 휴게실에서 S의 거취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 S의 큰 오빠가 병실에 들렀다. S의 오빠는 한 시간이 넘도록 S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카들이 들어오기만 기다리다 김 실장에게 조카들을 불러

라고 하였다.


 부산에서 대형유통업체를 운영하는 S의 큰 오빠는 자식들이 있지만 늘 외롭

게 살고 있는 여동생 S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동생의 일상에 큰 영향

을 발휘하는 처지여서 S의 자식들도 큰 외삼촌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

다.

 

 S는 일어나 앉아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오빠와 정담을 나누고 있다가 자식들

과 며느리, 사위들이 들어오자  정색을 하였다. S의 친오빠는 조카 내외들이 우

르르 병실로 들어오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리가 큰 조카들이라 차마 큰

소리로 야단치지 못하고 헛기침만 해댔다.


 “내 너희들에게 한마디만 하겠다.”

 S의 오빠가 잠시 눈을 감더니 명상에 잠긴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S를 제외한 병실안 모든 사람들 어깨를 짓눌

렀다. 외삼촌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조카들은 감히 병실 안 침묵을 깨지

못했다.


 “오라버니,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아이들이 바빠요.”

 S가 자식들을 대신해서 무거운 침묵을 깼다. 동생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

 S의 오라비는 큰 아들 태성과 둘째 아들 태균 그리고 태진, 태희의 얼굴을 천천

히 뚫어지듯 쳐다보았다.


 외삼촌의 날카로운 시선이 머물 때 마다 조카들은 흠짓하며 마치 대역죄를 지

은 사람처럼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조카들에 이어 S의 며느리들과 사위를

다시 천천히 훑어보던 태성의 외삼촌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너희들에게 할 말이 많다만, 이것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태성의 외삼이 무겁게 입을 열자 순간 병실안 사람들의 눈에서 초조한 눈

빛이 섬광처럼뿜어져 나왔다. 태성과 태균은 외삼촌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불안한 기색이었지만 애써 안정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시 한번 짧은 침묵이 천근 바위가 되어 모두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것 처

럼 병실 안을 무겁다 못해 무서운 고요가 이어졌다. 폭풍 전야의 고요같았다.


 

 “큰 조카야, 너는 어머니를 누구라고 생각하니?”

 “네에? 어머니를 누구라고 생각하다니요?”


 외삼촌의 엉뚱한 질문에 태성은 했다. 태성은 외삼촌의 입에서 ‘어머니

를 왜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자주 찾아와 보지 않느냐?‘라는 식의 질문을 예

상하고 마음 속으로 그에 대한 답변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태성이 얼른 답변을

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태성의 처에게 시선이 갔다.


 “큰 조카며느리야, 시어머니가 누구냐?”

 “......”


 태성의 처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병실 안에 금방 폭탄이 터질것

같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이 올까

봐 나름대로 머릿속으어머니에 대한 위상에 대하여 생각하느라 바빠졌

다.


 시선은 외삼촌에게 가 있었지만 모두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까지 배운

교과서나 선생의 가르침을 기억해 내느라 안절 부절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럼, 큰 조카사위님께서 어머니에 대한 정의를 말씀해 보시게.”

 화살이 엉뚱하게도 S의 큰 사위에게 가자 태진 남편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행여 태진의 남편 입에서 이상

한 답변이 나올까봐 바짝 긴장

하였다.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낳으실 때 고생하신 은혜로 잉태한지 열 달이 차고

나면 그 고통은 저승의 문턱이라 아침마다 중병을 치룬 듯하고 매일 같이 까무러

친 사람 같고, 두려움과 근심은 눈물 되어 옷깃을 적신다.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로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 하늘과 땅에 비기랴. 자식의

두 눈이 멀었어도 개의치 않으시고 팔 다리 절더라도 싫어하지 않나니, 내 속에서

태어난 자식이기에 종일토록 아끼시고 귀여워한다.


 회건취습은(回乾就濕恩), 젖은 자리 부모님 누우시고 마른자리 자식에게 뉘여

주신 은혜로 자식 보살핌에 단잠을 설쳤어도 언제나 자식 편안함만 바랄 뿐 자신의

고달픔은 생각지 않는다.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씻어주

신 은혜로 아버지의 곧은 허리, 어머니의 고운 손 이제는 굽어지고 거칠어 졌어도

자식 사랑하는 마음 변함이 없네. 아플 땐 자식 업고 병원을 달리셨고 똥오줌 싼 옷

또한 깨끗하게 빨아 입히신다.


 회탐수호은(懷眈守護恩), 자식으로 뱃속에 받아주시고 지켜주신 은혜로 여러 겁

동안 부모 만나기를 원하여 금생에 어머니 뱃속에 의탁했네. 달이 차서 점점 뱃속

에서 자라니 몸은 둔해 산같이 무겁고 설 땐 넘어질 듯 아찔하다.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식을 걱정하시는 은혜로 부모님의

자식 걱정 끝이 없어라. 잘난 자식, 못나 자식 가리지 않고 언제나 철부지로 걱정하

시네. 간절한 그 사랑 언제 끝날까. 이상은 부모은중경 중에 제가 평소 암기하고 어

머니에 대한 내용 입니다.“ 태희 남편의 장황한 어머니에 대한 말에 S의 오빠는 입

벌어졌다.


 “내 그동안 자네를 잘못 알고 있었구먼. 자네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일만 명

만 있었어도 이 나라가 이리 동물농장이 되진 않았을 걸세. 참으로 장하이. 태

진아, 넌 참으로 시집 하나는 잘 갔다. 네 남편이 사업에 한번 부도를 입어 일어

나지 못하고 지금은 비록 식당 영업에 뛰어들어 고생을 하고 있지만 내 보니까

네 남편 정신 하나는 제대로 박힌 사람이다.”

 태진 남편에 대한 칭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고, 내 큰 사위가 이렇게 똑똑한 줄 내가 왜 진작에 몰랐을꼬?”

 자식들 옆에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S는 큰 사위 입에서 뜻 밖에 답변이

나오자 기분이 좋은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늘 사업을 합네, 투자를 합네하며 큰

딸의 속을 무진히 썩여온 사위의 입에서 부모은중경이 나오자 S는 큰 사위를

다시 보았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제가 입으로만 효도하는 법을 알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제 이 병원에서 나오셔서 저희 집으로 가세

요. 제가 장모님을 모시겠습니다. 두 처남들은 이 나라 발전을 위하여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사람들이라 시간 많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큰 사위의 말에 태성

부부와 태균 부부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여보, 어머니는 우리가 몇 년 전에 잠시 모신 적이 있잖아요? 오빠와 남동생이 있

는데. 우리가 또 모신다고요? 좀 전에 휴게실에서 가족회의 할 때 태균이가 엄마를 

모시기로 했잖아요. 가족회의 결과를 존중해야죠?”

 태진은 남편이 불쑥 던진 말에 심기가 상한 듯 했다.


 “고모, 아주버니께서 나중에 다시 가족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기로

했잖아요?”


 태균의 처가 발끈하고 나서서 태진의 말을 막아섰다. 큰 딸과 째 며느리의 설전

을 보면서 S는 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내릴 것 같

아서 S는 현기증이 일고 어디 귀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 숨고싶

었다.



 “그만, 그만들 해라. 너희들 수준이 거기 밖에 안 된다니. 내 정말로 실망이 크

다. 차라리 너희 어머니를 내가 부산으로 모시겠다. 너희들이 대학을 나오고, 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기업인이 맞느냐? 못된 것들......”

 S의 라비가 화를 내며 병실을 나갔다.

 

 병실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 간간이 숨 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10여분 정

가 흘러도 누구하나 자세를 흩트리거나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S는 멍청하

창밖을 내다보며 속으로 울고 있었다. 하늘에서 먼저간 남편이 손을 흔드며

S에게 잘 있느냐고 물어왔다. S는 남편의 환영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어지럼증으로 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여보, 왜 나만 두고 먼저 갔어요? 나두 데리고 가시지않고요. 다 들으셨지요?

당신 자식들이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트리지않고 다 들은신거죠?

나는 더 이상 이승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나는 박제된 새장 안에 새인걸요.

나를 빨리 데리고 가세요. 나도 이제 살만큼 산 인생인 걸요. 아이들이 보기에는

내가 멀쩡해보여도 당신이 저승으로 간뒤로 단 하룻밤도 편히 잠을 자보지 못했어

요. 이상하게도 요즘 당신이 자주 꿈에 나타나 하얀손을 흔들어요.

 

 이제 나도 갈 때가 된 거 같아요. 그렇다고 저 아이들을 욕하지 마시구려. 다 당

신이 뿌린 씨앗이니 누굴 탓하겠어요. 당신이 한창 잘 나갈 때 모습하고 두 아들

들 모습이 하나도 틀리지않아요. 두 아이들 얼굴을 자세히 보고있노라면 마치 당

신이 환생한 거 같아요. 오라비도 이제 기력이 다했는지 당신이 내 몫으로 명의신

탁 해놓은 땅을 돌려주겠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땅을 처분해서 네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까요? 아니면 어디 기부를 할까요? 아이들은 충분히 밥 먹고 살 정도가 되거든

요. 난 얼마전 부터 그것을 고민했어요. 내 고향 초등학교에 기부를 할까, 아니면

어디 종교시설이나 의료시설에 기부할까도 생각해보았어요. 그러나 뾰족하게 기

부할 만한 데가 없구려.

 

 좀 더 생각해보다가 이 나라 이 사회를 위하여 좋게 쓰고 싶어요. 당신이 어디 좋

은 생각 있거든 알려주시구려. 에구, 당신 없이 홀로 하루 종일 병원에 앉아 지나

가는 구름이나, 해와 달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가 산 사람아니라 살아있는 송

장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려.'


 S의 두 눈에 뜨거운 액체가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S의 오라비가 다시

병실로 들어오면서 실 안 사람들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 이제 말이 다만, 너희 엄마 앞으로 시가 삼백억 상당의 땅이 있다. 너희 아버

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명의신탁 해두었다. 그 땅은 너희 엄마가 나중에 너

희들에게 냉대 받거나 어려울 때 그 땅을 적절히 처분하여 사용하라고 했다. 이제

그 땅을 처분하여 너희 엄마에게 드릴 때가 된 것 같구나. 나도 이제 나이가 많아

너희 엄마 재산을 관리하기가 힘에 부친다. 오늘 내가 너희 엄마 전화받고 올라온

까닭은 바로 이 문제 때문이란다." 

 

 외삼촌의 말에 S의 자식들은 정신이 몽롱해졌다. 잠시 후, 네 자식들 눈에서 빛

이 발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전 침울한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살기가 돌면서 금

방 봄날이 온 듯 했다. 태성 부부는 갑자기 화장실은 가겠다며 밖으로 나갔고, 이

어 태균 부부도 밖으로 나갔다. 태진과 태희 부부는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무언

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밖으로 나갔던 두 형제 부부가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

왔다.


 “외삼촌,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큰 아들인 제가

모셔야지요. 이 병원 시설이 괜찮다고 소문이 났기에 제가 어머니에게 이 병원

에서 한 반년 정도 푹 쉬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삼촌은 너무 역정부터 내시지

시고 어머니를 제가 모시는데 협조해 주세요. 오늘 당장 어머니를 저희 집으

모실 겁니다.”

 태성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맞아요. 저 이가 그 동안 바빠서 어머니와 자주 말동무가 되어드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에요. 저도 그동안 직장에 나가느라 어머니를 저희 집에 모시고

있으면서도 자주 말 상대가 되어 드리진 못했어도 그런대로 모시느라고 정성

을 다했어요. 저이가 장자(長子)이니 당연히 어머니를 저희 집으로 다

게 순리인 거 같아요.”

 태성의 처는 눈웃음 까지 살살 치며 끼어들었다.


 “형님,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세요? 어머니가 거북스러워 멀쩡한 분

을 병원에 손수 모시고 와서 입원시킨 게 형님이시잖아요? 형님이 힘드시니까

이번에는 아까 휴게실에서 의견일치를 보았듯이 저희 집으로 어머니를 모셔

야지요. 형님은 가족회의 내용을 무시하려고 하시는 건 아니죠?”


 태균의 처는 우아하게 미소 까지 지으며 어느새 시어머니 S의 어깨를 주무르

고 있었다. S는 둘째 며느리의 안마를 받으며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언니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른대로 하랬어요. 언니들이 한 시간 전만

해도 서로 어머니를 못 모시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서로 모시겠다니요? 정

말로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을 일이네요. 제가 아까 말했다시피 어머니는 제가

모신다고 했잖아요. 제가 울며불며 통곡하는 소리 들으셨잖아요. 오라버니들,

똑똑히 들으셨죠? 형부하고 언니도 제가 우는 소리 들으셨죠?”

 태희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고 펄펄 날뛰었다.


 “얘, 태희야. 너만 딸이니? 너만 이씨 집안 딸이냐고. 너 해도 해도 너무하는

구나. 찬물 한잔 마셔도 순서가 있는 거야. 너하고 큰 오빠가 번갈아 어머니를

모셨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모셔야지. 너 방금 큰 형부가 하는 말씀 잘 들었잖

아. 너희들처럼 어머니를 마지못해 모시려고 하는 게 아냐.

 

 너희 큰 형부의 해박한 부모은중경 지식을 너도 방금 전에 들었잖니? 사람이

효도를 한답시고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거 하고는 차원이 달라. 내가 알기로는

네가 잠시 어머니를 모신 것은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썩 기분이 좋은 신 건 아니

라고 하시더라.” 

 큰딸 태진이 태희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고 나섰다.


 “언니, 썩 기분 좋은 게 아니라니요?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요?

그 당시 언니 네는 사업이 바쁘다면 도저히 어머니를 모실 수 없다고 하셨잖아

요? 그건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에요.”

 태희의 말에 두 오빠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입맛만 다셨다.


 “얘들아, 어머니 앞에서 너무들 하는구나. 이제 그만 해라.”

 태성이 점잖게 두 여동생들을 타일렀지만 태희와 태진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

았다. 태진은 기세가

등등해지면서 태희를 노려보았다.



 “너, 이제 보니 거짓말 까지 늘었구나. 우리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러니?

우린 그런 말 한적 없어. 여보, 영진아빠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우리가

그때 그런 말을 했어요? 나 원 참, 살다보니 동생에게 무시까지 당하네.”

 

 태진의 말에 S는 묵묵부답으로 병실 바닥만 쳐다보았다. S는 손이 떨리는지

자주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도 왼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태균의 처가 얼

른 S의 손을 잡고 마사지를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너희들 정말로 어머니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그런 말들을 하는 거니? 아니면,

이제까지 모르던 어머니 재산이 탐이나 그러는 거니? 너, 태균이, 말 좀 해보거

라. 너는 왜 가만히 있는 거니?”

 외삼촌의 말에 태균은 어머니의 눈치를 보았다.


 “역시 어머니는 제가 모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집에 계시면 어머니를 풍족하

게 해드리고 저희 부부가 자주 해외 출장 갈 때 모시고 나가서 구경도 시켜 드리

고 하죠. 그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차례 의사를 집으로 불러 어머니 건강도


체크할 거구요.”

 태균 역시 어머니 모시는데 양보하지 않았다.


 태성은 동생들과 설전(舌戰)을 벌려보았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슨 묘

수(妙手)가 없을까 골몰하였다. 태성뿐만 아니라 태균과 태진, 태희도 어떻게 하

면 어머니를 자신이 모실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느라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S의 오라비는 조카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해 했다. S는 힘이 드는지 침대에 누우

려고 하자 태균의 처가 얼른 S를 안았다. 또 다시 S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큰 며느리와 두 딸들은 도끼눈을 뜨고 재벌가에서 시집온 올케의 행동을 지

켜보았다.


 “어머니, 힘드시죠? 죄송해요. 저희들이 어머니를 피곤하게 해드린 거 같아요.

가습기도 적절히 조절하고 에어컨도 약간 내려야겠어요. 실내가 좀 더운 거 같

아요. 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땅속 아니라 하

꼭대기라도 다녀올게요.

 

 이제는 편하게 마음 잡수시고 저희 집으로 가세요. 약품냄새 나는 이런 병원

보다 저희 집이 훨씬 좋아요. 제가 어머니 수발은 물론 말동무며 공원 산책 나

가실 때도 그림자 처럼 붙어 있을 거예요.”

 두 시누이들은 귀를 틀어막으며 이갈고 있었다.


 “얘, 큰애야, 이리 온.”

 S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태성을 향해 손짓하였다.


 “예, 어머니. 부르셨어요?”

 태성은 희색이 만면(滿面)하여 S에게 다가갔다. 태균과 두 여동생들은 숨소

리를 죽이며 S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나 신경을 곤두세웠다. S는 태균

의 손을 잡더니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얘야, 오늘은 너희들 얼굴을 봤으니 되었구나. 나 좀 쉬어야 겠다.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고 김 실장을 좀 불러다오.”

 S의 입에서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오

자 태성 부부는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고 다른 사람들은 안도하는 눈치였다.



 “어머니, 저희 집으로 가시자니까요? 아무려면 이 병원보다 못하겠어요?

제가 어머니 퇴원 수속을 밟을 테니까 그리 아시고 저희 집으로 가세요. 아셨

죠?”

 태성은 S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니다. 나는 이 병원이 좋아.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고 오늘은 너희들 모두

물러가거라. 응, 부탁이야.”

  S는 좀 더 큰 소리로 말하였지만 누구도 병실에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자식들이 말을 듣지 않자 S의 오라비가 나섰다.



 “너희들 어머니 말씀 못 들었니?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해드려야 효도를

하는 거지. 어서들 돌아가거라. 어머니는 생각이 많으실 거다. 내가 너희들이

휴게실에서 올라오기 전에 너희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 아버지가

나에게 명의신탁 한 땅은 이달 내로 너희 어머니에게 돌려 드릴거야.

 

 그 재산은 고인(故人)의 듯에 따라 너희 어머니께서 잘 관리하실 게야. 그러

니 너희들은 자주 어머니를 찾아뵙고 병간호를 해드리거라.”


 S의 오라비 말에 S의 자식들은 병실을 나섰지만 뭔가 켕기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S의 자식들이 병실에서 나가자 김인희 실장이 병실안으로 들어

왔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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