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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가(靈歌) - 최종회

* 창작공간/중편 - 가을 영가(靈歌)

by 여강 최재효 2010. 10. 6. 23:08

본문

 

 

 

 

 

 

 

 

 

 

                   

                    여주 신륵사 강월헌 

 

 

 

 

 

 

 

         가을 영가(靈歌) - 최종회

 

 

 

 

                                                                                                                                                                 - 저자 : 여강 최재효

 

 


 

 “아,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20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인영아, 인영아, 내가 왔어. 나, 재연이가 왔단 말이야. 어디

있니?”

 재연은 21년 전의 흔적을 찾기 위하여 인영이 살던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재연이 찾은 인영네 집은 흔적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재연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파트 정문

앞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수위실

에서 서너 시간 동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멍하니

앉아 있는 재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그때 내가 너무 했어. 어머님과 큰 형님을 설득하여 인영을 받아

들이도록했어야 했어. 아니야,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인지도 몰라. 정말로

인영이 말대로 세상이 싫고 나와 자신의 미래를 심사숙고해 보기 위하여

두어 달 제주도에 갔었는지도 몰라.

 

 그런 인영이를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인영이 부모님이 나에게 섭섭하게

한 일에 대하여만 너무 큰 비중을 두었어. 어머니 말씀에 아무런 이의를

달지 못한 것이 늘 후회가 되긴 했었어. 그러나 이제와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인영이는 저 파란 하늘 아래 어딘가 잘 살고 있을

거야.


 나처럼 자매를 두었거나 형제를 두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오랫

동안 보이지 않던 인영이 갑자기 꿈에 나타난 것일까? 이상해, 뭔가 인영

이 신상에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내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틀림없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러나 인영이네 집이 허공으로 사라졌으니 어디 가서 누구에게 인영이 

소식을 물어 본단 말인가? 아, 답답하구나.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아,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재연은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경찰서에 근무하는 고향 형님

에게 인영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면 금방 인영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적인 일이 아니면 우리도 개인신상정보를 함부로 조회할 수 없단

다. 그리고 이름과 생년월일만 가지고 사람을 찾을 수 없어. 흔한 이름

같으면 전국에 동명이인이 수백 명이 될 거야. 정확한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해. 재연아, 정말로 미안하다.”

 재연은 크게 낙담하였다. 재연은 다시 시청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답변은 역시 경찰관 선배와 같았다.

 

 재연은 21년 전 인영이 살았던 S동사무소를 찾았다. 주민등록전출,

입 담당 공무원에게 사정하였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재연은 공룡

처럼 버티고 서있는 아파트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원망 섞인 탄식을 쏟아

내며 인영을 떠 올렸다. 제주도에서 올라 온 날 재연은 인영을 만나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재연씨, 미안해요. 내 입장만 생각한 내 자신이 너무 미워요. 딱 한

달만 대학 선배 언니가 있는 제주도에 내려갔다 오려고 했어요. 그러나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20여일이 더 지연되는 바람이 이제야 올라 왔어

요. 그 사이에 재연씨가 우리 집에 왔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너무 가슴

아파요.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들었어요.

 

 우리 집에 왔다가 가는 날 밤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을

요. 재연씨, 용서해 줘요. 내가 정말로 잘못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도

섯부른 판단으로 재연씨에게 큰 실수를 한 것에 대하여 후회하고 계세

요.”

 인영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인영아, 울지 마. 모든 것이 다 내가 못난 탓이야. 내일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다시 한 번 너의 이야기를 잘 말씀드려서 너와 내가 예전

처럼 만날 수 있게 해볼게. 우리 어머니는 막내아들 청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거든. 제주도에서 있는 동안 정말로 아무 일 없었던 거지?”

 재연은 훌쩍거리는 인영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재연씨, 제주도에 있는 동안 혼자 사는 언니네 집에서 돌부처처럼

지냈어요. 그러다 무료하면 바닷가 산책하고, 책 읽고, 그래도 심심하면

가까운 커피숍에 가서 진한 모카 커피 마시고, 음악 듣고 그랬어요.”

 인영은 차분하게 말을 하면서도 재연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에게는 전화를 줬어야지. 네가 없는 동안 얼

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매일 악몽에 시달렸어. 나는 네가 내가 싫어

서 저 우주의 어느 별이나 달로 도망 간줄 알았단 말이야.”

 재연은 곁에 인영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간 일은

잠시 잘못 꾼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잊고 싶었다.


 “재연씨,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한 달이 지나니까 전화하기도 겁이

났어요. 전화하느니 차라리 나중에 재연씨에게 뺨이라도 한대 맞고 싶었

어요. 미안해요. 재연씨. 제주도에 있는 동안 재연씨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은 재연씨가 보고 싶어. 공항으로 달려가다 다시 돌아

간 적도 있었어요.”

 인영의 얼굴에 작은 암영(暗影)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만 재연이 그것을

감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바보, 그때 그냥 비행기 타고 오지 그랬어?”

 재연은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인영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미안해요. 재연씨, 저, 저 용서해 주실 거죠?”

 “바보, 용서가 어디 있어? 나하고 너 사이에. 자 이제 우리 오랜 방황에서

돌아와 해후하였으니 축하주를 마셔야지. 자, 건배하자 인영아.”

 재연은 마치 세상을 손에 넣은 것 처럼 기뻐하였다. 그런 재연을 옆에서 바

라보는 인영은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고 있었다.
 

 ‘재연씨, 미안해요. 재연씨가 저를 용서해준다고 하여도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더럽혀진 심신으로 앞으로 오랜 세월 어떻게

당신을 대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어요. 정말로 미안해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자꾸만 꼬이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난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내가 나쁜 년이죠? 나는 이중인격

자가 틀림없어요. 당신과 당신의 부모형제가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해도 나는 오랜 세월 가슴앓이를 해야 할 거예요. 난, 난 그게 두렵고 무서

워요. 어쩌죠? 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인영아,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 거야? 제주도 생각해? 제주도가 너

에게 잘 맞나보다?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제주도에 가서 살까?”

 재연은 소주잔을 털면서 씩 웃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인영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재연씨를 두 달 만에 보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래요. 이제는 재연씨 곁에서 멀리가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좋았어. 나 역시 인영이를 영원히, 저 백두산 마루가 닳도록 곁에 있을게.

아, 오늘 밤은 너무 기분 좋다. 인영아, 우리 오늘 연애하자.”

 재연은 취기 오른 시선으로 인영을 뜨겁게 쳐다보았다.


 “안 된다. 절대로 그 아가씨를 받아들일 수 없다. 먼젓번에는 네가 하도

사정을 하기에 그냥 넘어갔다만, 아직도 너를 사지로 내몰았던 그 집안을

나는 용서할 수 없어. 세상에 발이 채이는 게 여자야. 너처럼 키 훤칠하고

잘 생긴 남자라면 네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면 아가씨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거야.

 

 난, 그 애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든다. 그 애가 두 달 가까이 제주도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뭐니? 네가 그 아가씨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닌 것도 아닌데. 사진을 보니까 그 애가 얼굴이 반반해서

사내들이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야.

 

 그러니 앞으로 내 앞에서 인영인가 뭔가 하는 아가씨 이야기를 꺼내

지 말거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그 아가씨를 받아

들일 수 없다. 네가 그냥 쓸쓸하고 외로워서 그 애를 만난다면 모르지

우리집 며느리감으로는 안 된다. 명심하거라. 이것은 내 뜻이기도

하면서 네 아버지 뜻이기도 하다.”


 재연은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막내아들

의 뜻을 반대한 적이 별로 없었던 어머니 였다. 이번에도 재연은 어머

니에게 말씀을 잘 하면 인영이의 사건이 잘 무마될 줄 알았다. 당신의

귀한 아들이 여자 친구 집에 갔다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한 것이며,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한 사건에 재연의 부모님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재연은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리 어머니에게 지난 사건에 대하여

인영이를 너그럽게 보아 달라고 간청해도 막무가내였다. 별 소득 없이

인천으로 돌아온 재연은 다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인영이 몇 차례 집

으로 전화를 걸어 왔었지만 재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

에 무겁고 긴 침묵이 강요되었다.


 재연이 여주에 다녀온 지 10여일이 넘어도 인영과 만남은 없었다.

인영이 거의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왔지만 재연의 형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재연에게 수화기를 넘겨주었고 재연 역시 답변 없이 인영

의 말만 듣다가 수화기를 놓아야 했다. 인영이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재연은 아무런 답변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인영은 재연이 고향에 다녀온 결과가 신통치 않음을 눈치 채고 잠시

전화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또 10여일이 무정하게 흘렀다. 

형수는 재연에게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강요하였다.


 ‘서방님, 서방님 정도 외모와 학력이면 얼마든지 좋은 가문의 아가씨를

만날 수 있어요. 그 인영이란 아가씨와는 인연이 안 되나 봐요. 서방님,

그 아가씨와 어디까지 갔는지 모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정리해요.’

 재연은 갈팡질팡 하였다. 부모형제가 적극 반대하는 인영이를 계속 만난

다면 미래의 상황이 불투명 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인영이를 안 만나겠다고 속이고 나중에 불쑥 인영이와

백년가약을 맺겠다고 한다면 어머니는 곧 심장마비라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에 재연은 고만에 빠졌다. 재연은 할 없이 어머니 뜻에

따라 인영과 헤어지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 그때 내가 한 번 더 심사숙고를 했어야 하는 건데. 한번 맺은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끈과 같아서 아무리 끊으려고 해고 끊어지지

않고 저승까지 이어지는 것인데. 내가, 가출이라도 한다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맞섰다면 상황이 달리 전개되었을 텐데.'

  

 재연은 시간 날 때 마다 월미도 바닷가를 찾았다. 월미도에도 인영과

함께 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혀 있었다. 재연의 아내는 요즘

들어 말이 없고 우울해 하는 재연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잠자리에서 알 수없는 말로 웅얼거리기도 하고 헛소리 까지 하여

자주 잠에서 깨야 했다.


 “여보, 나 여주에 좀 다녀올게”

 주말 아침 재연은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최소한 이삼일 전 주말계획을 알려주고 함께 가자고 했을 것이었다.


 “왜요? 어머니에게 무슨 일 있어요?”

 재연의 아내는 가득이나 잠자리가 편치 않은 요즘 재연의 이해 못할 행동에

강한 의혹을 품고 있었다.


 “아냐. 신륵사에 좀 다녀오려고.”
 “그럼 나랑 같이 가요. 어머님 본지도 몇 달이 지났는데......”

 재연은 여주에서 초등학교 동창이 식당을 개업해서 다녀와야 한다고 핑

계를 대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부처님, 인영이

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살펴 주시고 저의 무정함과 너그

럽지 못한 심성을 크게 꾸짖어 주소서. 한번 맺은 귀한 인연을 헌신짝

차버리듯 이 용렬한 놈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용서를 비나이다.”

 재연은 올봄 팔순이 훨씬 넘은 어머니와 함께 왔던 신륵사를 찾았다.

 

 불공을 올리고 재연은 수없이 부처님에게 절을 올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무언가가 재연의 양 어깨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렀으나 재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무릎 관절염으로 한 동안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재연은 그만 절을

하려고 일어나다가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손수건으로 이마

에서 흘러내리땀을 닦고 앉아 손에 집히는 대로 불경을 집어 들었다.

재연은 경전을 읽었다.


至心歸命禮 (지심귀명례)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귀의합니다.

幽冥敎主本尊地藏菩薩摩訶薩 (유명교주본존지장보살마하살) 유명교

주본존지장보살마하살님이시여. 稽首慈悲大敎主 (계수자비대교주) 대자

대비하신 대교주께 고개 숙여 청하옵니다.

 

 地言堅厚廣含藏 (지언견후광함장) 견고하고 후덕한 땅과 같고 복덕

생명의 큰 창고라서 지장이라 하오니, 南方世界湧香雲 (남방세계용향운)

남방세계에 미묘한 향의 구름 일으켜 부처님께 공양올리시사. 香雨花

雲及花雨 (향우화운급화우) 향기의 비와 꽃의 구름, 꽃비가 천지에 미치

고, 寶雨寶雲無數種 (보우보운무수종) 보배비와 보배구름 끝이 없사

옵고, 爲祥爲瑞遍莊嚴 (위상위서변장엄) 상서롭고 끝없는 장엄이 가득

하네.


 ‘아아, 이 불경은 사자(死者)의 극락왕생을 비는 지장보살본원경(地藏

菩薩本願經)이 아닌가? 왜 하필이면 이 경전이 내손에 쥐어지게 되었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인영이의 행복과 지난 날 나의 업을

속죄하려고 온 거야. 나는 인영이의 극락왕생을 빌러 온 게 아니야.’

 

 재연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웅보전(大雄寶殿)에서 혼비백산하여 뛰쳐

나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연은 미친 듯 강월헌(江月軒)으로 달려

갔다. 신륵사에 도착할 때만 하여도 맑았던 하늘이 짙은 암운이 드리워

져 있었다.


 강월헌에는 노인 두 분이 앉아서 가을의 여강(驪江) 정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때 재연의 시야에 강가에 검정색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

왔다. 재연은 마법에 걸린 듯 보이지 않은 힘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십 초반의 청년은 하얀 상자 안에서 골분(骨粉)을 꺼내 강에 뿌리고

있었다. 청년의 두 눈에는 물기가 촉촉하게 배어 있었고 굳게 다문 입과

눈매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했다. 금방이라도 생각 날 듯 하면서 생각

나지 않았다.

 

 재연은 비록 알 지 못하는 주검이지만 합장한 채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재연은 청년이 뿌리고 있는 유골의 주인공이 여주에 인연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지난 20여 년 동안 여주를 자주 말씀하셨어요. 어머니의

첫사랑 언약이 이곳 신륵사 강월헌 옆에 3층 석탑에 묻혀 있다고 하시며,

당신의 유골을 꼭 이곳에 뿌려달라고 하셨요.”


 청년은 묻지도 않았는데 유골을 모두 뿌리고 나서 자신의 행동을 물끄

러미 바라보는 재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

다.

 

 재연은 벼락을 맞은 것 처럼 정신이 혼미하고 팔 다리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아찔한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뒤 재연

30여 미터 앞서 바삐 걸어가는 그 청년을 뒤따라 갔지만 청년은 검정

색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재연은 승용차를 향해 소리를 질러도 승용

차는 뽀얀 먼지를 날리며 시야에서 금방 사라졌다.


 “아아, 인영아, 인영아....... 네가 나에게 선몽을 하였구나.”

 재연은 울면서 다시 강가로 뛰어갔다. 21년 전 재연은 인영과 고향인

여주 신륵사를 찾았었다. 인영과 헤어지 전까지 서너 차례 신륵사를 찾

아 두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함께 대웅보전에 들어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둘의 사랑이 오래오래

갈 수 있도록 빌고 또 빌었고, 강월헌 옆에 세월을 잊고 서 있는 3층 석탑에

'영원히 변치말자고' 두 사람의 사랑의 언약을 묻어 두었다. 늦가을의

차가운 강바람이 흐느끼고 있는 재연의 어깨 위로 불었다. 물새 한 쌍이

다정하게여강 위 아래로 날았고 까치놀이 너무 눈부시어 차마 눈을

없었다. 
 

 

 

   
                                                                                                                                   - 끝 -

 

 

 

 

 

               _()_ 끝까지 애독해 주신 임에게 머리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정말로 죄송합니다. 곧 다른 작품으로

                     임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만사형통 하소서.

 

                                                                  2010.10.13. 00:00

 

 

                                              인천 소래포구에서 여강 최재효  三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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