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 여강 최재효
이제 겨우 고개를 넘었습니다
세상이 우스워죽겠어요
달팽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인지 몰랐거든요
혹이 점점 커지면서
나는 껍데기가 되어버렸어요
진주 목걸이도
백년 된 포도주도 필요 없어요
내일이면 발자국도 없을 텐데요
목 없는 문명 귀신들은
자고나면 구실을 만들어 손을 벌리고
깡통들조차 섹스하자고 덤벼들어요
어른 아이할거 없이 덩달아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는걸요
출구는 알겠는데
입구를 도대체 알 수가 없네요
제 갈 길을 알고 가는 이가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요
내일이 없어질까 불안해요
새들도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 같고
이젠 시계들도 종종 반란을 일으켜요
쌍봉낙타 혹보다 더 무거운
등짐 진 달팽이들이 가엾어요
요즘엔 하늘 보며 오나니를 즐겨요
무념무상이에요
- 창작일 : 2009.07.05.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