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울음
- 여강 최재효
무공해의 신음이 듣고 싶었던 게야
찬 물방울이 서정시로 무수히 떨어지는 밤
차마 잠자리에 들 수 없었어
세상의 거짓 눈물들을 말끔히 씻어버려
진정한 눈물을 찾는 사람들 동공 속으로
원초적 슬픔을 아로 새겨 넣어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줬으면 좋겠어
저 소리 좀 들어보시게
산고를 겪던 어머니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저승 간 누이의 첫날밤 신음 같기도 해
세상을 치유하는 부드러운 울음소리지
어쩌면,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인들의 절규로 들리기도 한다네
시어(詩語)가 분분히 날리지만
업(業)이 많아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어
태초의 말씀을 하나 둘 떠올리며
그저 조용히 까만 하늘을 응시한 채
속울음을 삼키고 있을 뿐이야
이 비 그치고 새 아침에
세상이 갓난아이로 다시 태어나면
퇴고(推敲) 안 된 시라도 한편 품고
포근한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좋겠어
미지의 황금빛 키스가 있으면 더 좋겠고
- 창작일 : 2008.08.02.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