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天命
- 여강 최재효
주어진 하늘의 뜻이 무엇일까
분명 세상에 나온 까닭이 있을 것이다
어떤 유혹에도 나는 쉽게 풀어졌었다
도저히 천명(天命)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날이 새면 감당할 수 없는 허무가
천길 높이 성벽처럼 버티고 서 있다
성벽은 어제보다 열자나 더 올라가 있다
불혹(不惑)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나는 성벽 아래 주저앉고 말 것 같다
다이아몬드의 각(角)으로
지나간 흔적들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되새김질 할 잔반(殘飯)은 안 보인다
허블의 장난감보다 강력한 것을 꺼냈다
명왕성 옆, 한 구석에 눈에 익은 아이가
파란 풍선을 들고 숲속을 헤매고 있다
목성 곁에는 분 냄새와 담배 연기에 찌든
일그러진 얼굴의 한 청년이 하늘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인다
화성의 사막에 지구를 등에 짊어 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독불장군 한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있다 슬며시
천체 망원경을 뒤로 돌려 보았다
푸른 빛의 설산(雪山)이 보이기도 하다가
풍랑 이는 바다가 잠시 비치기도 했다
- 창작일 : 2008.08.02. 20:45
[주] 1.지천명(知天命) - 하늘의 듯을 알만한 나이
즉, 50세를 가리킴. 필자는 알지知 대신 볼시
視를 사용했음
2. 허블의 장난감 - 지구 대기권 밖을 돌고 있는
허블 천체망원경(Hubble's telescope)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