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박다
- 驪江(여강) 최재효
빌라도는 하늘 아들 손발에
녹슨 대못을 박았고
세상에 눈먼 형제들은 한결같이
어머니 앙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뼈대있는 가문의 내력인가 보다
나는 또 다른 혈육의 심장을 노린다
지금까지 박은 세상의 못을 모두 모으면
한 무덤은 족히 되리라
빌라도의 녹슨 대못은
세상에 복음(福音)을 전했지만
형제들의 못은
어머니의 긴 세월을 갉아 먹으며
붉은 눈물을 요구했을 뿐이다
늦가을 한 가운데 서있는 어머니
자꾸만 옥죄어 드는 자식들의 굴레
못을 빼보려 어머니 가슴을 열자
자식들이 박은 못은 이미 녹아 있었다
아, 어머니 어머니
- 창작일 : 2008.08.28. 02:30
[주] 빌라도(Pilate) -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AD26-36년
까지 유대를 통치한 로마 총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