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반도의 꽃(1)

* 창작공간/단편 - 반도의 꽃

by 여강 최재효 2007. 12. 17. 00:30

본문

 

 

 




 

 

                                    

 

 

   

               반도(半島)의 꽃



                                                                                  

            

                                                                                                                                                          - 여강 최재효

 

                                                                                    1


 

  
 임진왜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선 조정과 토요토미히데요시 막부(幕

府)간 협상이 시작되었으나, 양측의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은 결렬

되었다. 풍신수길은 1597년 정월에 14만여 명의 왜병을 동원하여 재

차 조선을 침략하게 했다. 이에 명나라도 5만여 명의 병력을 조선에 파

견 하였다. 조선 조정은 가동병력 3만여 명을 권율 등 전선의 지휘관

부대에 배치했다.


 왜의 주력군은 고바야가와를 총사령관으로, 우군은 모리, 좌군은

우키다 등으로 편성한 뒤 하삼도(下三道)를 점령하기 위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왜군은 남해, 하동 등을 점령한 뒤 전라도 남원을 총공격

했다. 조선군의 수적 열세로 인하여 결국 남원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이후 왜군은 전주에 집결한 군세를 정비한 후에 충청도로 북진했다.


 그렇지만 조선군의 강력한 항전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전라도

순천과 경상도 울산으로 후퇴하여 농성했다. 왜군의 거짓 정보와 서

인(西人)들의 모함에 의해 파직되었던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

사에 복귀하여 12척의 함선을 이끌고 출동하여 서해로 향하는 300

여 척의 왜의 전선들을 명량(鳴梁)에서 대파했다.


 왜군의 수륙병진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조선수군은 제해권을 장

했다. 이에 힘입어 조선군은 각 지역에서 왜군 잔당들을 섬멸했다.

1598년 8월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죽자 일본군은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순신의 조선수군은 왜군의 퇴로를 차단하고자 노량에서 왜의 전

선(戰船) 300여 척과 해전을 벌여 적선 대부분을 격침시키는 등 최

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해전을 마지막으로 7년에 걸친 지루

한 전쟁은 끝나게 되었다.


 7년 전쟁에서 10만 여명의 조선 백성이 왜군에 의해 포로로 잡혀갔

다. 포로로 끌려간 조선 백성들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10여만 명의 조선 포로들 대부분은 서양의 인신매매 상인들에 의해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포로들 중 기술자, 젊은 여자. 지식인 등은 왜에

머물 수 있었다.


 “슈진(主人), 제발, 제발 소첩을 조선으로 보내주세요. 제발요. 조선

에 저를 기다리고 있을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발 보내주세요. 니시하라(西原)님, 소첩의 소원입

니다.”


 “허허. 내 아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소. 아버님이 아시면 크게 노할

것이니 더는 그런 말을 하지 마오.”
 “소첩, 영원히 조선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지 못하고 이곳에서 살다가

죽어야 한단 말씀이세요? 이제는 놓아 줄 때도 되었잖아요.”


 사내는 소근비(小斤非)의 간청을 못들은 체 하고 방에서 나가 버렸다.

 왜인의 처가 된 소근비는 며칠 전부터 들려 온 소문이 사실임을 직

감하고 어제부터 남편인 니시하라에게 눈물로 간청하였으나, 그는

아내의 조선 귀환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버성긴 기모노가

꾸만 소근비의 어깨를 눌렀다. 


 정유재란 때 순천에서 퇴각하는 왜병에게 포로가 된 소근비는 천신

고 끝에 교토(京都) 지역의 유력인사의 아들인 니시하라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살아왔다. 왜병에 의해 포로로 잡혀올 때 댕기머리 처녀

였던 소근비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왜인의 처(妻) 신분이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자신이 왜 왜인

의 처가 되어 왜인의 자식을 낳아야만 했는지. 임진년과 정유년에 발발

한 전쟁 중 왜병에 의해 초토화가 되다시피 한 조선의 원수(怨讐)인 왜

인의 처가 될 수밖에 없는지. 지난 칠년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마음에도 없는 왜인의 처가 되어 무의미

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주어진 임무처럼 되어버렸다. 말도 통하

지 않는 왜 땅에 강제로 잡혀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온갖 고생을 하고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터였다.


 “소근비 언니, 이곳 교토에 조선에서 사명대사가 왔대요. 임진년과 정

유년 전쟁 통에 포로가 되어 잡혀 온 우리 같은 포로를 조선으로 데려

가기 위하여 조선의 나라님이 사명당을 특사로 파견했대요.”


 소근비는 전쟁통에 조선에서 포로로 잡혀와 자신의 몸종 역할을 하

는 언년이가 들려준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어디서 근거 없

는 소문이겠거니 했었다. 고향에서 자신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을

부모님 생각에 소근비는 눈물을 찍어냈다.


 언년이는 수시로 소근비에게 밖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교토에는 임

진년과 정유년 왜병과 함께 조선반도에 들어간 인신매매 조직단에

의해 강제로 잡혀온 조선인 포로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교토에

거의 매일 노예시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전쟁 중에 조선에서 잡

혀 온 조선인들이 상품으로 인간시장에 나와 있었다.


 가장 값이 나가는 상품은 조선에서 도예공으로 일한 적이 있거나

약간의 기술을 지닌 젊은 남자로 보통 1,000냥의 가치가 있었고 다

음으로는 젊은 여자들이었다. 젊은 여자 중에서도 조선의 사대부가

의 시집 안 간 딸들이 비교적 비싼 값에 매매가 되었고 다음은 양반

가의 기혼녀들이었으며, 조선에서 종살이를 했던 천민출신들은 인

간시장에서도 천대를 받았다.


 그러나 포로 중에 천민 출신이라 하더라도 얼굴이 반반하거나 재주가 

있으면 비교적 괜찮은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 졌다. 소근비는 정유년 왜

군의 조선반도 재침(再侵) 때 왜병의 포로가 되어 나고야(名古屋) 잡

혀 왔다가 다시 교토로 보내져 노예상인에게 넘겨졌다.


 인간시장에는 명나라, 인도(印度), 안남(安南) 지역 등 남방지역의

상인뿐만 아니라 멀리 대식국(大食國)이나 이탈리아, 포루투갈 등

회교국과 유럽 등지에서 온 노예상인들도 있었다. 얼굴이 예쁜 소근

비는 포루투칼예상인에게 비싼 값에 팔렸다. 노예 상인에게 팔린

던 날 밤, 소근비는

노예를 운반하는 상선(商船) 안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오호, 조선년이라고 했겠다? 고년 제법 얼굴이 반반하구나.”
  “안돼요. 안 돼.”
  “이년, 뭐가 안 된단 말이야?”


  늦은 밤 선원들이 기거하는 방으로 불려온 소근비는 강제로 침대에 눕

혀졌다. 솥뚜껑만 한 백인의 손바닥이 소근비의 치마 저고리를 찢어 버렸

다. 조선에서 잡혀 온 뒤로 제대로 된 식사와 의복을 갈아입지 못한 소근

비는 추레한 속내를 백인에게 내보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소근비는 앙버티다가 결국 거대한 체구의 이탈리아 노예상인

의 몸을 받아내야 했다.


  “고년 제법이구나.”
  노예 상인은 조선의 속살을 헤집으며 지겹도록 지분거렸다. 역겨운 술

냄새에 찌들고 더러운 노예상인의 몸이 소근비의 몸을 유린할 때 소근비

는 혀를 깨물고 자결을 하려고 하였으나 이를 눈치 챈 노예 상인은 재빨

리 소근비 두 손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악-.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거대한 남성이 소근비의 몸속으로 파고들

었다. 어머니에게 여자의 정절이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귀가 아프도록 들

온 터

였다. 그러나 부모형제와 헤어져 멀리 타국에 전쟁포로로 잡혀 온

그 무엇도 소근비를 위로해 주지 못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혼자 떠들며 소근비의 속살을 마음껏 유린하였

다. 자신의 욕심을 채운 노예상인이 숨을 헐떡대며, 버성기다가 옆으로

가 떨어졌다. 송곳에 찔리는 고통보다 더한 아픔을 부지불식간에 겪은

소근비는 반쯤 혼절한 상태였다. 소근비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이번에

는 검은 피부의 삿대보이는 사내가 누런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으며

근비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아-, 어머니. 제가 지금 어찌해서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남자들에게 이

렇듯 윤간을 당해야 하는지요? 아버님, 저 좀 구해주세요. 소녀, 이대로

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조선에서 왜병에게 포로가 된 뒤로 왜 땅에 잡혀 올 때 까지 아무 일

이 없어 내심 안도 하고 있었던 소근비는 백인 노예상인에게 넘겨진 뒤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절개를 순식간에 빼앗기고 말았다. 다섯 명의

거한(巨漢)들이 갈마들며 뿜어 낸 음액(陰液) 소근비의 하체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소근비가 맨 몸으로 거한들을 받아내며 밤을 지새운 뒤에 그녀는 한

동안 죽은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소리내어 울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

오지 않았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온 몸을 휘감는 통증이 서서히 사

그러들고 겨우 정신을 차린 소근비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자 나고야

항에 아침이 밝아왔다.


 소근비가 타고 있는 배는 생전 들어본적도 그녀가 탄 배는 생전 들어

본적도 없는 로마라는 곳으로 갈예정이라고 했다. 하체가 찢어질 듯

통증이 간헐적으로 전해 졌다. 걸음을 옮기기 조차 힘에 겨웠다. 소근

비는 뱃사람들에 의해 배 하단부에 있는 허름한 창고로 옮겨졌다. 



  바닥에 지푸라기가 깔려진 창고 안에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여인

들이 모두 누운 채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가 헤진

치마와 저고리로 겨우 은밀한 부위를 가린 채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

었다. 조선에서 잡혀 온 여인들이었다. 모두가 왜인에게서  백인 노예

상인에게 헐값에 넘쳐지자마자 백인 노예상인들의 육욕의 제물이 된

처참한 몰골들이었다. 소근비 자닝하여 차마 그녀들을 쳐다 볼 수

없었다.


  ‘아아, 어쩌다가 조선의 여인들이 오늘 이처럼 개 돼지보다 못한 처

지가 돼야 한단 말인가? 어쩌다가. 그 잘난 나랏님과 조정의 대신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들은 조선의 숫백성들이 이양

인들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이 현실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있는 여인 중에는 이제 갓 열 살을 넘긴 듯 한

어린 아이들도 있었는데, 강간의 충격으로 거의 말도 하지 못한 채

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체에서 흘러나온 선혈로 치마는 붉

물들어 있었다. 고향에 있는 동생보다 더 어린 여자 아이였다. 


 ‘짐승 같은 놈들. 저렇게 어린 아이들에게도 손을 대다니.’
 소근비가 곁에 누워있던 어린 여자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주면서 무릎

을 베어주고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여자 아이를 안심시키고 있을 때

갑자기 갑판이 시끄러워지면서 문이 열렸다.


 왜인 한명과 간밤에 자신을 욕보였던 백인 노예상인이 들어왔다. 왜

인의 손에는 문서가 쥐어져 있고 무엇을 파악하려고 들어왔는지 누워

서 신음하고 있는 조선의 여인들을 일일이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십 초반의 외모가 출중한 왜인이 누워있는 여인들의 얼굴을 살

펴보며,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건강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았다. 그

왜인이 소근비 앞으로 다가와 소근비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너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조선에서의 출신을 말해보라.”
 왜인 사내는 서툰 조선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로 외교관련 일

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소근비가 주저하자 사내는 다그치듯 말했다.



  “어서 말하지 않고 뭘 하시오?”
  “이름은 소근비, 나이는 열일곱. 아버지는 조선 전라도 순천 관아에

서 관아에서 일하시고 계셨습니다.”


 왜인은 소근비가 조선 양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자 가족관계나 결혼

유무 등 세세한 개인 신상에 대하여 물었다. 소근비는 어디로 팔려 나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숨길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묻는 말에 빠짐없이

대답하였다. 소근비의 답변 사항을 문서에 적더니 왜인은 소근비를 한

유심히 바라본 뒤에 나가 버렸다. 잠시 후 백인 노예상인이 다시 들어

오더니 소근비를 데리고 나갔다.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예요?”
 “네년은 호강하게 됐어. 아무 말 말고 따라와.”


 
   




                                                                                                                        -계속-


       

 




 

 

 

 

 

 

 

 

 

 





















'* 창작공간 > 단편 - 반도의 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도의 꽃(終)  (0) 2007.12.29
반도의 꽃(4)  (0) 2007.12.24
반도의 꽃(3)  (0) 2007.12.23
반도의 꽃(2)  (0) 2007.12.2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