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여강 최재효
초췌해진 달이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다른 생(生)을 살고자
시들어가는
넉넉한 달을 가슴에 품어봅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달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고 놀란 뒤로부터
느림보 거북이같던 세월에게 매달려
매일 큰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간을 감았다
풀어놓으며
세상을 쳇바퀴처럼 돌리는 달은
어제부터 이지러지기 시작하면서
습관처럼
서사시의 결구(結句)를 쓰고 있습니다
눈이 흐려진 중생
대구(對句)를 찾느라
또 밤을 지워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성난 달의 거친 숨소리가
비수(匕首)처럼 날아듭니다
2007. 4. 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