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강산
- 여강 최재효
이교도의 계절이 왔다
싯타르타의 눈물도
크라이스트의 산상수훈도
알라의 말씀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하늘을 담고
바다를 덮을 수 있는 자궁이 있다면
해동(海東)을 통째로 밀어 넣고 싶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스타워즈의 전사(戰士)같은 혹성인들이
신성한 반도(半島)를 더럽히고 있다
그들은 뱀파이어가 되어
닭 우는 소리 들리고
배부른 개들이
한가로이 달을 보고 짖어대던
순하디 순한 고향을
온통 늑대의 마을을 만들어 놓았다
세상 그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반도의 강한 종교 번식력에
그들은 매우 흡족해 하고 있다
해가 뜨면 또 얼마나 많은
쇠붙이를 상식(常食)하는
이교도들이 아름다운 산하(山河)를 더럽힐까
잠자는 사이에 반쯤 개종(改宗) 된 나는
이교도의 어지러운 계절에
중심을 잃고
납작 엎드려 침묵하고 있다
2007. 4. 2.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