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각시
- 여강 최재효
잉걸불로 타오르는 앞산
벙어리 가슴은
갈수록 앙상하게 허물어지는데
누가 있어 이 엉뚱한 날을
무심히 무너트려 볼까요
붉은 치마의 여인
서로 어깨 둥글게 하고자 약속한
달콤한 어느 봄밤을 잊지 못해
홀로 속 태우는 잔인한 날
사랑은 눈치도 없이
봄은 또 다른 각시를 낳고
각시는 봄을 잉태하고
봄은 하염없이 봄을 낳고
슬픔을 낳고
그러다가 무심히 죽어가는
해 걸음 끝나는 시각
저 허공에 하얀 조화(造花)같은 달이
조용히 웃는
이 허허로운 날
봄각시 눈동자는 촉촉해지고
2007. 4. 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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