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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by 여강 최재효 2006. 5. 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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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
      - 여강 최재효 분명 당신께서는 변심하셨습니다 중년의 아이는 분수 같은 눈물을 훔칩니다 동화(童話)가 풍부했던 그 때 뒷동산은 늘 하늘에 닿아 있었고 청룡이 깊은 잠을 자던 기와지붕은 밝은 밤이면 하늘을 날았습니다 당신의 후덕한 손은 눈망울이 큰 아이의 등을 다독여 주셨지요 학이 놀던 아침의 마을에 꿈같이 나타난 티라노사우루스 얼굴 없는 이방인들로 인해 중년의 아이는 밤마다 오줌을 지립니다 뒷동산은 난장이가 되어 있고 용이 인사도 없이 승천(昇天)을 해버린 초라하고 빚 바랜 기와집들 콘크리트 공룡들 틈에 끼여 구차한 생을 잇고 있지만 말기 폐암 선고를 받은 지 오래입니다 눈물샘은 아직 남아있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소년은 당신에게 마지막 소원을 빌어봅니다 청룡이 다시 찾아오게 해주시고 짓무른 아이의 눈을 맑게 해 주시고 떠나 간 학을 불러 주시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무법자를 쫓아내 주시고 떠나 간 동민(洞民)들을 불러 모아 잃어버린 얼굴을 돌려주시고 늙은 아이에게 동화를 되돌려 주소서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당신이 그리해 주신다면 아이는 미소를 되찾고 다시 동화를 쓸 수 있겠습니다 2005. 10. 16. 21:20 [주] 티라노사우르스 - 중생대 백악기 (1억 3600만 년 전∼6500만년 전)에 번성했던 키6m, 몸길이 12m 이상의 거대한 육식공룡. 여기 서는 난개발로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를 의미함. _()_ 고운 주말 되시고 항상 건강하소서 늘 고맙습니다 여강 최재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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