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는 욕(辱)이었다
- 여강 최재효
자궁에서부터 시작된 저주
당연시 되는 시선과 원초적 체념
그냥 그리 살다 가리라
원통해 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느니
그냥 이대로
정말이지 지금 이대로가 좋단다
날개 없는 가문의 자손 있었던가
너무 일찍 배가 커졌던지
입만 벌리고 있어도
사과가 저절로 떨어지는
에덴에 태어났던지
분명 날지 못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나는 자궁을 떠난 한참 뒤 부터
서서히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반 이상 진행되어
21세기 전형적인 표본으로서
곧 박물관에 전시될듯 하다
약간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는 있지만
타조와 닭에게서 일찌감치
체념의 미덕과 자기변명을 배웠고
돌연변이가 결코 욕이 아니라는 것도
또 내 탓도 아니고
네 탓도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라리 날개가 있어
철 따라 비싼 노동을 해야 하는
철새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날개는 욕이었다
아직까지는......
2006. 4. 30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