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술 벗

* 창작공간/자작시 감상실 2

by 여강 최재효 2006. 4. 12. 21:14

본문




    술 벗 - 驪江 최재효 술 벗들은 고약한 버릇이 있다 내 삶이 자연스럽지 못 하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그들은 어김없이 누옥(陋屋)을 찾는다 자시(子時) 쯤, 비몽사몽간에 벗들이 유하주(流霞酒) 열 동이와 말린 기린 고기를 가져왔다 이적선(李謫仙)이 먼저 수작을 걸어 오고 황안거사(黃顔居士)가 슬쩍 끼어든다 은하에 배 띄우니 바람이 부드럽다 멀리 곤륜산 서왕모(西王母)가 옥수(玉手)를 흔들며 합석을 요청하자 벗들 입이 양 귀에 걸린다 한 식경도 안 되어 황안거사는 대취하여 인사불성이 되었고 태백도 양쪽 눈이 반쯤 감겼다 금모(金母)는 눈을 찡그리며 은근히 시선을 마추려 한다 시녀들이 새로 술 다섯 동이와 천도(天桃)를 가져왔고 졸고있던 왕자교(王子喬)가 비파를 애무하자 양옥환(楊玉環)이 흥에 겨워 춤을 춘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공작새와 봉황이 허공을 빙빙 돈다 혜성들이 길게 꼬리를 감추고 뭍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5경(五更)이 되어 임 계신 서천(西天)에 닻을 내리자 두 여인의 촉촉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네 새벽 닭, 밤 물리는 소리에 깨니 벗 들은 아니 보이고 여명이 창문에 서서히 번지고 있네 2006. 4. 11. 05:00 [주] 1.이적선 - 이백(이태백) 2.황안거사 - 달 3.유하주 - 신선이 마시는 술 4.서왕모 - 중국 전설상의 선녀(=금모) 5.왕자교 - 중국 전설상의 남자 신선으로 비파의 달인 6.양옥환 - 양귀비의 본명 7.자시 - 밤11부터 새벽1시 8.5경 - 새벽3시부터5시 9.누옥 - 좁고 누추한 집 _()_ 즐거운 수요일 되시고 늘 건강하소서 고맙습니다 여강 최재효 拜

'* 창작공간 > 자작시 감상실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 도  (0) 2006.04.23
꽃 지고 나면  (0) 2006.04.22
꽃 비  (0) 2006.04.20
빈 잔  (0) 2006.04.18
가 족  (0) 2006.04.1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