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벗
- 驪江 최재효
술 벗들은 고약한 버릇이 있다
내 삶이 자연스럽지 못 하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그들은 어김없이 누옥(陋屋)을 찾는다
자시(子時) 쯤, 비몽사몽간에 벗들이
유하주(流霞酒) 열 동이와
말린 기린 고기를 가져왔다
이적선(李謫仙)이 먼저 수작을 걸어 오고
황안거사(黃顔居士)가 슬쩍 끼어든다
은하에 배 띄우니 바람이 부드럽다
멀리 곤륜산 서왕모(西王母)가
옥수(玉手)를 흔들며 합석을 요청하자
벗들 입이 양 귀에 걸린다
한 식경도 안 되어 황안거사는 대취하여
인사불성이 되었고
태백도 양쪽 눈이 반쯤 감겼다
금모(金母)는 눈을 찡그리며
은근히 시선을 마추려 한다
시녀들이 새로
술 다섯 동이와 천도(天桃)를 가져왔고
졸고있던 왕자교(王子喬)가 비파를 애무하자
양옥환(楊玉環)이 흥에 겨워 춤을 춘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공작새와 봉황이 허공을 빙빙 돈다
혜성들이 길게 꼬리를 감추고
뭍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5경(五更)이 되어
임 계신 서천(西天)에 닻을 내리자
두 여인의 촉촉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네
새벽 닭, 밤 물리는 소리에 깨니
벗 들은 아니 보이고
여명이 창문에 서서히 번지고 있네
2006. 4. 11. 05:00
[주]
1.이적선 - 이백(이태백)
2.황안거사 - 달
3.유하주 - 신선이 마시는 술
4.서왕모 - 중국 전설상의 선녀(=금모)
5.왕자교 - 중국 전설상의 남자 신선으로
비파의 달인
6.양옥환 - 양귀비의 본명
7.자시 - 밤11부터 새벽1시
8.5경 - 새벽3시부터5시
9.누옥 - 좁고 누추한 집
_()_ 즐거운 수요일 되시고
늘 건강하소서
고맙습니다
여강 최재효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