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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비(3)

* 창작공간/단편 - 부여비

by 여강 최재효 2019. 11. 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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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중편 역사 소설은 신라 진흥왕과 백제 성왕의 딸인 후궁 부여소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6세기 한반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그때 백제와 신라는 나제

  동맹을 맺고 고구려의 남침을 막아냈습니다. 그런데 신라 진흥왕이 관산성 전투에서 성왕을 죽

  이면서 두 나라는 백여 년간 원수의 관계가 됩니다. 그럼, 재미있게 감상하세요. -


                                                                                          2019. 11. 2


                                                                                        여강 최재효











                                                 









                                                                                         부여비



                                                                                                                                                                                       - 여강 최재효



                                                                                                 3



 
 부여명농이 보위에 오른 지 32년 되는 해 7월이었다. 그는 가슴에 응어리진 한

을 풀기 위하여 신라와 접경지인 금강 상류의 한 지류 인접 지역으로 삼국 연합군

을 이동시켰다. 백제, 가야, 왜의 삼국 연합군의 규모는 삼만여 명 정도였다. 연합

군 총사령관은 백제의 태자 부여창(扶餘昌)이었다. 연합군의 장수들은 대개가 백

전노장이었으나, 부여창은 전투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리보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신라는 백제, 고구려 접경에 고모산성(姑母山城), 삼년산성(三年山城), 굴산

성(屈山城), *관산성(管山城)을 축조하고 대치하고 있었다. 특히 관산성은 금강의

지류를 경계로 백제의 고리산성(古理山城), 이백산성(二白山城), 식장산(食藏山)

과 마주 보고 있는데 늘 전운이 감돌았다.


 삼국 연합군은 주로 고리산성 주변에 진영을 설치하고 군세를 과시하였다. 만약

백제군이 관산성을 완전히 점령한다면 곧장 신라의 서라벌로 진격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셈이었다. 양국에게 관산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몸이 단단하지 못한 태자 부여창은 자주 병석에 누웠다. 태자가 누워 있는

상태에서 연합군 장수들 간에 작전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겼다. 연합군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하였으나, 군 수뇌부 사이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못했다.

백제 장수 중에 동방령(東方領)의 관직을 가지고 있는 모노노베노마가무(物部麻奇

牟)가 이었는데, 그는 왜국계 백제인이었다.


 왜의 야마토 군은 유지신(有至臣), 물부막기무련(物部莫奇武連)과 츠쿠시노쿠니

노미야츠(筑紫國造)가 지휘하였지만, 그들은 백제와 가야군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

으로 움직였다. 


 태자 부여창은 연합군 장수들을 단단하게 통합시키지 못했다. 그가 삼국 연합군

을 철저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가운데 병사들의 사기도 서서히 침체되어 갔다. 또한,

 백제군은 초기에 관산성을 공격하여 성 일부를 깨트리고 주변에 구타모라색(久陀

牟羅塞)을 축조하였다.


 이것은 전망대 노릇을 하는 백제군의 주요한 전진기지였다. 이 기지로 말미암아

신라는 점차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 되어갔다. 그러나 백제 연합군은 더는 진전이

없이 진영에서 묵새기고 있었다.


* 관산 – 지금의 충청도 옥천


 간헐적으로 삼국 연합군과 신라군 간에 전투가 있었지만, 전과는 지지부진한 상

태였다. 신라군 수뇌부도 백제가 왜와 가야군까지 동원하여 전투에 임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관산성의 성주 우덕(于德)은 백제 연합군을 맞아 고전을 면

치 못하고 있었다. 그는 신라왕이 특별히 파견한 인물이었다.


 그를 돕던 이찬 탐지(耽知)도 성과 없는 전투에 염증을 느끼며 서라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였다. 전투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기미가 보이자 신라왕은 고구려

의 남하를 방어하던 신주(新州)의 군주인 김무력(金武力)과 그의 휘하 군대를 관

산성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한, 삼년산성과 고모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도 관산성으로 집결시켰다. 신

라왕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일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김무력에게 은밀하게 특급 명령을 내렸다. 김무력은 가락국의 제12

대 왕인 구형왕(仇衡王)의 셋째 아들이었다.


 가락국이 법흥왕이 지휘하는 신라와 맞붙은 전쟁에서 패하자 구형왕은 나라를 신

라에 바치고 진골 귀족으로 편입되었다. 세 아들 중 무력은 출중한 장수로 성장하

여 신라의 명장 이사부(異斯夫)를 도와 고구려와 백제 타도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무력 휘하에 삼년산성 출신 *고간 도도(都刀)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김무력의

비장(裨將) 역할을 하면서 신라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골몰했다. 신라 *좌지촌

(佐知村)의 *사마노(飼馬奴) 출신이지만 그는 완력과 담력이 뛰어난 자였다.


* 고간(高干) - 신라 17관등 중 9관등인 급찬(級飡)에 해당함.
* 좌지촌 – 현, 충청도 보은(報恩).
* 사마노 – 말을 사육하는 노예


 “왕후님, 긴급을 다투는 소식입니다.”
 밤에 모랑이 그미의 처소를 찾았다.


 “어서 오셔요. 밤이 늦었는데, 무슨 급한 소식이 있습니까?”


 “대왕께서 김무력 장군과 그의 군대를 관산성으로 대거 이동시켰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도 관산성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곧 대규모 전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왕께서 소신에게도 화랑도 중에서 무예에 출중한 자들을 차출하

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또한, 대왕이 김무력 장군에게 은밀히 특명을 내려 백

제왕의 수급을 가져오라고 했답니다. 속히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미는 모랑에게 신라군의 이동 정보를 듣고 영란을 불렀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

리 쪽지에 신라군 이동상황을 적어 영란에게 건넸다. 모랑이  그미에게 건넨 신라

군의 정보는 비교적 상세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외가인 백제를 돕고 있었다. 모랑

의 행동을 신라왕이 아는 날이면 그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그미는 모랑의 이야기를 듣고 불안한 심사를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사나흘 전부

터 그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증세에 시달려 왔다. 지금까지 없던 증상이었다.

어의를 불러 증세를 말해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영란아, 이것을 지금 즉시 사택랑에게 전하거라.”
 “왕후님, 밤이 늦었사옵니다.”
 “백제의 운명이 달렸다. 조국을 지키는데 밤낮이 어디 있느냐?”


 *해시(亥時)가 지난 시각이었다. 영란이 대궐 문을 나서려고 하다가 수직 군관의

심문을 받았다. 그녀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밀지(密紙)가 발각되면 그녀의 목숨은

위태롭게 되고 그미 역시 무사할 수 없었다.


 “부여비 왕후님께서 급체가 났사옵니다. 어의(御醫)가 왕후님의 진맥을 보고 약

을 드렸지만, 차도가 없어 저자에 이름난 의원에게 약을 구해보려고 가는 중입니

다. 금방 다녀올 테니 한 번만 봐주셔요.”
 영란이 군관에게 은자(銀子) 두 개를 건넸다.


 “빨리 다녀와야 한다. 자시(子時)가 되면 대궐 문을 닫을 거야. 문이 닫히면 안으

로 들어갈 수 없으니,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마워요. 군관님. 빨리 다녀올게요.”
 영란이 사량부에 사는 사택랑에게 달려갔다. 


 “사택랑, 긴급한 사항입니다. 빨리 공주님의 밀지를 사비성에 전해야 합니다. 백

제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 


 영란에게 긴급한 사안을 전해 받은 사택랑은 밤이 깊었음에도 말을 달려 사비성

으로 향했다. 그는 그미로부터 긴급 사안을 전달받으면 밤낮이 따로 없이 백제 사

비성으로 달려가야 했다.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긴급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잠

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백제왕이 목숨을 잃고 백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

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다.


* 해시 – 밤 9시부터 11시 사이.   


 백제 연합군 총사령관 부여창에게 한주의 군주 김무력이 관산성을 향하고 있다

는 첩보가 전달되었다. 김무력은 불패의 명장으로 소문난 장수였다. 신라와 동맹

으로 고구려로부터 욱리하 주변 영토를 수복한 뒤에 신라가 기습전으로 백제가 수

복한 땅을 공격하여 탈취한 장수가 김무력이었다.


 백제 태자 부여창은 김무력이란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 정도였다. 그의 군대가 관

산성에 도착하기 전에 빨리 관산성을 함락시켜야 했다. 


 부여창은 연합군 장수와 군관들을 소집하였다. 삼국 연합군의 장수들은 부여창에

게 동서북 세 갈래로 관산성을 공격할 것을 제의하였다. 성의 동쪽은 가파른 지역

이기 때문에 신라군의 경계가 느슨할 거라며, 화공전(火攻戰)을 펼치자고 했다.


 부여창은 화공전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한밤중에 수천의 병사들에게 건초를

한 짐씩 메고 올라가게 하여 성벽보다 높은 언덕에서 불덩이를 던지면 관산성을

쉽게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여창은 화공전과 기타 여러 가지 공격방안을 놓고 작전 회의를 거듭하였다.

관산성을 함락시키기 위한 전략을 짜는 회의였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가

야와 야마토 장수들은 먼저 공을 세우려고 유리한 고지로 진출하겠다고 다투기

도 했다. 장시간 진행된 회의가 원만하게 끝나고 부여창이 관산성 공격방안에 대

하여 발표하였다.


 “좋습니다. 우리 백제군 오천 명이 내일 새벽에 관산성 동쪽으로 진격하여 화공

전을 펼치겠습니다. 야마토군과 백제군 일만 오천 명은 성 서쪽으로 진격하고 가

야군과 백제군 일만 명은 북쪽으로 진격하십시오.”
 부여창이 각 군의 임무를 배정하였다.


 “우리도 화공전에 참가하고 싶스무니다. 우리 야마토군에는 화공전에 경험이 있

는 군사들이 꽤 있스무니다.”


 야마토군의 장수 유지신(有至臣)이 당초의 공격방안을 뒤집고 엉뚱한 소리를 했

다. 부여창은 가야 장수의 동의를 얻어 야마토군이 백제군과 합류하여 성의 동쪽에

서 신라군을 공격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부여창은 총공격을 앞두고 대기 중인 병

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렸다. 


 “공격하라. 신라 놈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
 동이 터올 무렵 관산성 서쪽에서부터 백제군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백제군이다. 군사들을 모두 서쪽으로 집결시켜라.”
 신라의 군관 탐지는 칼을 빼 들고 소리쳤다.


 “백제군이 북쪽에서도 공격해오고 있다.”
 “뭐라, 북쪽에서 공격해온다고? 군사들은 북쪽 성문을 사수하라. 절대로 방어망

이 뚫리면 안 된다.”


 관산성 성주 우덕이 우두망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그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지리산가리산하였다. 간밤에 새벽녘까지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상태였다.

서쪽과 북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전의 백제군 공격과 달랐다. 백제 연합군

의 강력한 공세에 신라 군관들과 병사들은 갈팡질팡하며 어디를 방어해야 할지

몰랐다.


 “동쪽에서 불덩이가 쏟아지고 있다.”
 동쪽 성루에서 망을 보던 병사가 소리쳤다. 


 “뭐라고, 동쪽에서도 백제군이 공격해오고 있다고?”


 우덕과 탐지는 넋이 나간 듯 군사들에게 공격하라는 소리만 질러댈 뿐 무엇을 어

찌해야 할지 몰랐다. 신라군이 서쪽과 북쪽에 몰려 백제군과 접전하는 사이에 오

천여 명의 백제와 야마토 군사들이 건초더미를 메고 성벽을 기어 올라와 불덩이를

성안으로 집어 던졌다. 마침 북동풍이 불어 불길은 삽시간에 성안의 주요 건물과

창고에 옮겨붙었다.


 “용감한 백제군이여 관산성을 접수하라. 신라군은 독 안에 든 쥐다. 불덩이를 퍼

부어라.”


 부여창이 선봉으로 동쪽 성벽을 넘어 성루에 서서 소리쳤다. 성안에서 시커먼 연

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자 신라군의 기세가 꺾이며, 전세는 백제 연합군에게 유리

하게 작용하였다. 반나절 만에 관산성의 신라군 대부분이 참수되거나 무참하게 살

육되었다.


 지지부진했던 전투가 백제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우덕은 간

신히 성을 탈출하여 줄행랑쳤고, 탐지는 백제군에게 생포되어 참수되어 목이 성벽

에 내걸렸다. 관산성이 백제 연합군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었다. 백제 연합군 승전

소식이 사비성에 전해졌다. 신라와의 전쟁을 반대했던 인사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인이 전장에 시찰을 가려고 했었다. 과인이 직접 우리 삼국 연

합군 진영에 가서 군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승전한 노고를 위로해야겠다. 또한,

향후 전개될 상황도 살펴봐야겠다.”


 백제왕은 즉시 명령을 내려 전선으로 갈 채비를 하라고 명했다. 왕의 전선 시찰

은 자주는 아니지만, 전세가 불리하거나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종종 있었다. 그

러나 이번 시찰은 승전을 치하하기 위한 시찰이었다. 백제왕이 전선 시찰을 간다

는 특급 비밀정보가 백제 조정 내의 친 신라 인사들에 의해 무영단원 귀에 들어갔

다. 


 “부여명농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다.”
 무영단장은 쾌재를 부르며, 관산성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


 “속히 서라벌로 전서구를 날려라. 백제왕이 관산성으로 시찰을 간다고 한다. 하

늘이 신라에게 내린 기회다.”


 전서구 두 마리가 똑같은 내용의 속보(速報)를 매달고 하늘로 솟구쳤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서구가 전달한 속보를 받아본 서라벌 병부(兵部)에

서는 왕의 재가를 얻어 작전 지시를 관산성 인근에 있는 신라군 진영에 보냈다. 신

라군의 긴박한 움직임에 비해 사비성은 승전의 기쁨에 빠져 있었다.


 다만, 왕의 전선 시찰 준비에 군사들만 분주했다. 병사 50여 명이 차출되어 왕을

호종(扈從)케 했다. 사비성에서 백제 연합군이 진을 치고 있는 관산성까지는 말을

타고 달리면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보병과 함께 이동할 때는 하루

반나절은 족히 소요되었다.


 “대왕, *보기(步騎) 오십여 명은 대왕의 옥체를 보호하는데 너무 적은 수입니다.

삼백여 명의 기병(騎兵)으로 대체하십시오.”
 내신좌평(內臣佐平)이 왕에게 고했다.


 “과인이 가는 길은 우리 백제의 영토 안에 있습니다. 적진을 가는 것도 아니니 걱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왕은 내신좌평의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내신좌평을 비롯한 좌평 네 명을 대동하였다. 백제왕을 비롯하여 55명의 보

병과 기병이 관산성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왕을 배웅하는 백제조정의 신료들은

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성루(城樓)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보기 – 보병과 기병.


 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일었다. 사비성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성루의 기둥 하나가 벼락을 맞아 부러지면서 지붕이 내려앉았다.

사비성의 중신들과 백성들은 대경실색하여 불안에 떨었다.


 “대왕님은 어디 계시오?”
 사택랑이 사비성에 도착했을 때 왕은 이미 전선으로 떠난 지 한참 지난 뒤였다.

사택랑이 사비성으로 달려오는 도중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

되었다. 


 “뭐라? 그게 정말이냐?”
 “공주님의 이 밀지를 보고도 의심하는 게요?”


 왕궁의 방어와 숙위(宿衛)를 담당하는 위사좌평(衛士佐平)이 그미의 수결이 있

는 밀지를 보고 무릎을 쳤다.


 ‘아, 큰일이다. 이번에는 하늘이 우리 백제를 돕지 않을 모양이구나. 지금쯤 대왕

이 관산성 가까이 갔을 텐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위사좌평은 혼자 탄식하였다.


 “사택랑은 지금 곧장 관산성으로 달려가라. 대왕을 만나 공주님이 보낸 이 밀지를

건네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어서 달려가라.”


 위사좌평은 눈앞이 캄캄했다. 대규모의 신라군이 관산성 주변에 집결했다면 이는

필시 관산성 전투에 대한 설욕전이 틀림없었다. 신라군이 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백제왕이 오십여 보기(步騎)만을 대동하고 간다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사택랑은 말을 바꿔 타고 백제왕의 뒤를 쫓았

다. 그가 말을 달린다고 하여도 하루의 격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부여명농이 관산성으로 시찰을 떠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신라에 천우신조의

기회입니다. 반드시 그를 사로잡아 서라벌로 압송해야 합니다. 그자는 신라의 최

대 적입니다. 그자를 죽여야 우리 신라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신라왕은 병부랑을 은밀하게 불러 밀명을 내렸다. 병부령은 이번 명령만큼은 왕

의 의중이 신실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대왕, 백제왕을 사로잡으면 서라벌로 압송하지 말고 현장에서 곧바로 처단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왕궁에 부여비 왕후님이 계시는데, 어찌 그자를 죽일 수 있겠

사옵니까? 엄밀히 따지고 보면 백제왕은 대왕의 장인이 아닙니까? 만일 서라벌로

압송돼 온 백제왕을 죽이면 사위가 장인을 죽였다고 백성들이 웅성거리며, 백제의

보복을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왕께서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성정을 지녔다며, 비난할 수도 있습니

다. 거기에 고구려나 왜(倭)가 개입하면 자칫 어렵게 잡은 백제왕을 돌려보내야

하는 묘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병부령의 간언(諫言)에 신라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병부령의 말이 일리가 있다. 백제왕을 내손으로 죽인다면, 신라뿐만 아니라 고구

려나 백제의 백성들이 나를 비정한 자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만약 백제왕을 사로

잡는다면, 현장에서 즉결 처분토록 해야겠어. 부여비와 몸을 섞고 살면서 그의 아

비를 내가 죽인다면, 나를 불구대천 원수로 여길 수도 있다.’


 “병부령, 백제왕을 사로잡으면 어찌 처결하는 게 좋겠습니까?”
 왕이 병부령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김무력에게 백제왕을 사로잡으면 즉석에서 처단하라고 명령을 내린

상태였지만, 중신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대왕, 김무력 장군에게 지시하여 김장군의 부장이나 비장 중에서 한 명을 선정

하여 백제왕을 참수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자에게 후하게 상을 내리시고 관등

도 높여 주십시오. 천출(賤出)의 부장이나 비장이라면 신라군의 사기 진작에도 상

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왕께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군공(軍功)을

세우는 자에게 출세의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면 상당한 효과

를 얻을 것입니다.”


 “과연, 병부령이시오. 과인의 걱정거리를 말끔히 해결해주시는구려. 병부령의 제

의대로 하리다. 지금 즉시 김무력 장군에게 연락하여 백제왕이 관산성으로 가는

길목에 특공대를 매복시켜 잡으라 하세요.”
 신라왕의 밀명을 매단 전서구가 신라군 진영을 향해 날아갔다.


 신라군은 금강의 한 지류를 가운데 두고 백제의 삼국 연합군과 대치하고 있는 형

국이었는데, 관산성이 백제 연합군의 수중에 들어가자 전세가 신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라벌에서 띄운 전서구가 오후에 신라군 진영에 도착하였다.

왕의 밀지(密旨)를 받아 본 김무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가야 출신 김씨가 득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다. 이 기회

를 잡지 못하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백제왕을 사로잡아 공을 세워 그동안

성골들에게 당한 설움과 지난번 관산성의 패배감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김무력은 관산성 일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는 도도(都刀)를 은밀하

게 불렀다. 그는 육척 장신으로 완력뿐만 아니라 무예에도 뛰어난 군관이었다. 


 “도도, 내가 그대에게 특명을 내리겠다. 이는 나의 명령일뿐만 아니라 대왕의 명

령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장군, 하명만 하십시오. 무슨 명이든 받들겠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즉시 실행에 옮겨라.”


 김무력은 고간 도도에게 신라군과 백제군 진영 사이에 흐르는 금강 지류 중에서

굴곡이 심한 *구천(狗川)에 매복하고 있다가 백제왕이 나타나면 사로잡아서 즉결

처분하라고 명했다. 구천은 궂은 벼루 또는 구진베루라 불리는 곡류(曲流)로 관산

성 바로 앞에 있는 하천이었다. 주변에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으로

이곳을 통과해야 백제왕이 관산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목이기도 했다. 


 “지금 즉시 특공대 삼백을 이끌고 가라.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 백제왕이 구천

에 나타날 것이다. 반드시 백제왕을 잡아 처결하고 그의 수급을 가져와라.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장군, 소관에게 백제왕을 잡을 기회를 주신 은혜 대대손손 잊지 않겠습니다. 고

맙습니다.”
 김무력의 명을 받은 도도와 삼백여 명의 특공대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궂은 벼루는 신라군 본영에서 반 시진(時辰)이면 닿을 수 있는 장소였다. 삼백여

명의 특공대는 칼과 활로 무장한 채 구천에 도착하여 주변을 탐색한 후에 매복에

들어갔다. 특공대의 눈에는 굳은 결의와 함께 살기(殺氣)가 번뜩였다. 
      
* 구천 – 충청북도 옥천군 군서면 월전리 9-3번지에 있는 하천


 “백제왕이 내일 새벽에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그는 오십여 명의 수행원을 대동

했다고 한다. 그들이 나타나면 왕을 제외한 자들은 즉시 화살을 쏘아 사살하고 백

제왕은 생포해야 한다. 명심하라. 제일 먼저 왕을 생포하는 자는 내가 김무력 장군

에게 부탁하여 두 계급 특진시키고 상금을 하사하도록 할 것이다.”


 도도가 이끄는 특공대는 반드시 백제왕을 잡아 군공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충천했

다.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렸다. 천둥·번개가 지축을 흔들었다. 구

천에 금방 물이 불어 거칠게 흐르는 물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비가 금방 그

칠 것 같지 않았다. 신라군 진영에서는 계획이 어그러질까 걱정이 태산 같았다. 


 “대왕, 소비가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신라왕이 중신들과 중요 사안에 대하여 한창 회의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예고도 없이 그미가 대전을 찾았다. 그미는 모랑이 다녀간 뒤로 잠시도 안정을 취

할 수 없었다. 지난밤에는 꿈속에 부왕이 소복(素服)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

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버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몽

조(夢兆)는 경사(慶事)보다 흉사(凶事)가 있기 전에 흔히 일어났다.


 “소비가 어인 일입니까?”
 “대왕,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급한 일 아니면 내일 말하구려. 과인이 지금 국사로 바쁘답니다.”
 “대왕, 아버님을 살려주셔요.”


 “소비, 그게 무슨 말이오? 아버님을 살려달라니요?”
 왕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부여비가 자신의 전략을 눈치챈 것 같아 심기가 불편했지만 내색할 수 없었

다. 왕은 신하들을 잠시 물리고 그미와 독대(獨對)하였다.


 “대왕, 소첩의 몸에 대왕의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 부디, 그 아이에게 외할아버

의 흉사(凶事)를 선물하지 마셔요.”
 “소비가 임신을 하였단 말이오?”
 순간 왕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렇사옵니다. 대왕의 자랑스러운 씨앗이옵니다. 부디, 부디 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을 선물하지 마세요.”
 그미가 왕에게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소비가 임신을 했다? 과인이 최근 들어 부여비와 여러 차례 합방하였지. 부여비

가 아이를 낳는다면 부여명농의 외손자가 되는데, 이를 어쩐다. 이미 김무력에게

백제왕을 잡으면 즉결 처분하라고 명령했거늘, 부여비가 눈치 하나는 빠르구나.’


 “소비, 지금 관산성 주변에서 자랑스러운 과인의 군대와 백제, 야마토, 가야의 연

합군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국경에는 위기가 상존하고 있는 터라, 크고 작은 전투

는 늘 있었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마시오. 지난번에도 백제군이 관산성을 함락시

키지 않았습니까? 소비의 아버지는 전쟁의 달인(達人)입니다. 태중의 아이에게나

신경을 쓰세요.”


 “대왕, 아버님을 살려주셔요. 아버님이 아무리 전쟁의 달인이라 하여도 때로는

실수를 하는 법입니다. 대왕께서 아버님의 목숨을 취하신다면 대왕은 신라 만백성

에게 칭송을 들을지 모르나, 역사에는 냉혹하고 비정한 왕으로 천년만년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또한, 곧 태어난 이 아이에게는 고통이 될 것입니다. 대왕, 제발,

제발 아버님을 살려주셔요.”


 그미가 울며불며 왕에게 매달렸다. 왕이 간신히 그미를 달래서 보내놓고 즉시 병

부령을 불렀다.


 “병부령, 지금 즉시 전서구를 띄워 백제왕을 생포하면 죽이지 말고 과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라고 하세요. 그를 죽이면 과인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입니다. 과인이 잠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대왕, 전서구는 밤에 날지 못합니다. 더구나 지금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억수같

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서구는 내일 아침에 띄워야 합니다.”


 ‘아아, 이런,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내가 역사에 못된 왕으로 영원히 남게

되겠구나.’
 “경이 날이 밝는 즉시 전서구를 띄우세요.”          


 *삼경(三庚)이 지나 사경에 접어들자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바람도 수

그러들었다. 하늘에는 먹장구름도 말끔하게 걷히고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이 금방

이라도 지상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신라왕은 그미가 다년간 뒤로 회의를 중단

하고 후궁의 처소를 찾아 밤새 술잔을 기울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경이 지

나 오경(五更)에 접어들고 있었다.


* 삼경 –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


 “비가 그쳤다. 군사들은 힘을 내라. 십 리만 가면 관산성이다.”
 병관좌평(兵官佐平)이 소리쳤다. 백제왕 일행은 비가 쏟아지자 고목 밑으로 잠시

피신해 있다가 다시 행군을 시작하였다. 55명이 모두 기병(騎兵)이 아닌 탓에 행

군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장졸들은 용기를 내라. 저기 구천(狗川)만 지나면 아군 진영이다.”
 금방 백제군 진영에 도착할 거란 말에 군사들은 용기를 냈다.


 동산 위로 한쪽이 반쯤 이지러진 하현달이 희미한 빛을 띠고 떠올랐다. 달이 뜨자

흐릿하지만, 사물들의 윤곽을 드러났다. 도도가 이끄는 신라군은 나뭇가지를 꺾어

몸에 꽂고 웅크리거나 구천 옆 언덕에 엎으려 있는 터라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인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앗, 저기, 저기 한 떼의 군마가 오고 있다. 맨 앞에 백마가 있다.”
 매복해 있던 신라 특공대원 한 명이 소리쳤다. 


 “쉿, 조용히 하라. 백마 탄 자가 백제왕이 틀림없을 것이다. 모두 활과 화살을 준

비하고 나의 명을 기다려라. 내 명령이 있기 전에는 절대로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


 도도는 매복해 있는 특공대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백제왕과 그를 호종

하는 신하와 병사들이 구천에 거의 다다를 무렵이었다. 백제왕은 진영에 도착하면

아들 부여창을 격려하고, 삼국 연합군 지휘관을 소집하여 향후 군사 행동에 대하

여 새로운 명령을 내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금강의 지류를 사이에 두고 백제군과 신라군이 대치하고 있는 지형을 잘 알

고 있었다. 이전에도 왕은 여러 차례 이 지역을 다녀갔었다. 그러나 백제군이 코앞

에 있고 하천이 휘돌아 물이 급하게 흐르는 궂은 벼루에 신라군이 매복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전군, 화살을 날려라.”
 “백마 탄 백제왕만 남기고 모두 죽여라.” 


 도도의 명령이 떨어지자 매복하고 있던 신라 특공대 삼백 명이 일시에 백제왕 일

행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백제왕 일행은 가리산지리산하

였다. 


 “백제왕을 생포하라.”
 도도의 명령에 신라 특공대원들이 부여명농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오십여

 명의 백제 군사들은 상당히 지친 상태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신라군의 화살을 맞

고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대왕을 보호하라.”
 병관좌평이 칼을 뽑아 들고 소리쳤다. 그러나 순식간에 왕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

제 군사들은 전멸하고 말았다.


 “이놈들, 나는 대백제의 대왕이다. 네놈들은 누군데 무엄하게 과인의 앞길을 막

는 것이냐?”


 눈 깜짝할 사이에 좌평 네 명을 포함하여 호종하던 오십여 명의 병사들이 몰살당

하자 백제왕은 기가 막혔다. 그는 단기(單騎)로 삼백여 명의 신라 특공대에 포위되

었다.


* 일각 – 약 15분.


 “대왕, 우리는 신라 군사들입니다. 소관은 김무력 장군 휘하에 있는 도도라 합니

다. 말에서 내려오시지요. 대왕은 우리 신라군의 포로가 되셨습니다.”


 ‘아-,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내신좌평 말대로 최소 기병 삼백 명은 이끌고 왔어

야 하는 건데, 나의 실책이로다. 관산성을 코앞에 두고 신라군에게 잡히다니.’


 도도는 왕 앞에 나가 정중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사태가 이미 되돌릴 수 없

음을 안 백제왕은 한탄하였다. 말 위에 앉아 큰소리 쳐봐야 왕의 체면이 안 설 것

같았다. 백제왕은 말에서 내려 도도를 노려보았다. 특공대들은 백제왕이 도망칠까

 봐 왕에게 칼을 겨누고 원을 만들고 빙 둘러 쌓다.


 “도도, 과인을 어찌할 셈이냐?”
 “군사들은 대왕의 두 손을 뒤로 묶고, 오랏줄을 채워라.”
 도도가 소리쳤다.


 “도도, 네가 과인을 욕되게 하는구나.”
 “우리는 대왕의 수급(首級)이 필요합니다. 이미 대왕께서 살아갈 방도는 없습니

다. 준비하십시오.”   


 “오, 백제의 천지신명이시여. 온조 할아버님이시여. 소손의 명이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부디, 백제를 지켜주소서.”
 부여명농은 탄식하였다.


 “대왕, 유언하십시오,”
 도도가 다시 말하였다.


 “과인은 대백제의 대왕이니라. 신라의 칼에 죽기를 원치 않는다. 과인이 차고 있

는 이 환두대도로 나의 수급을 쳐라. 과인은 너희 신라왕 심맥부의 배신으로 빼앗

긴 욱리하 유역 영토 때문에 원한이 골수에 사무쳤다. 나의 명이 여기서 끝나니 한

탄스럽구나. 그러나 과인은 구차하게 너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도는 준비해온 천으로 백제왕의 두 눈을 가리고 왕이 건넨 백제의 환두대도를

뽑아 들었다.


 “대왕, 준비되셨습니까?”
 “어서 시행하라.”


 도도는 백제왕에게 공손하게 두 번 절을 하고 일어나 왕을 노려보았다.

이얏-. 달빛을 머금고 반짝거리던 백제왕의 상징인 환두대도가 허공을 갈랐다.


 구천에서 신라군에게 생포되고 이각(二刻)도 채 안 돼서 백제왕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돌부처처럼 앉아 있는 왕의 몸통에서 한동안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

왔다. 도도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왕의 머리는 깨끗하게 닦아 자루에 넣고, 몸체

는 들것에 싣고 바람처럼 구천을 떠났다. 백제의 중신들과 병사들의 싸늘하게 식

은 시신들 위에 달빛이 쌓이고 소쩍새는 피를 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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