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2)
- 여강 최재효
한나절 덩그러니 서 있는
광인(狂人)의 초라한 집
무심한 해는 서천으로 숨고
설산(雪山)은 저만치 멀리 달아나 있네
얼음보다 차가운 한거(寒居)에
가난한 나그네
찬바람 맞고 서서
동구밖을 바라보는데 개들도 짓지 않네
초저녁부터 불콰해진 태백(太白)은
서천에 조용히 동안거에 들어 있고
멀리서 종종 들리는 뱃고동 소리에
타관 땅 방황하는 이녁 가슴을 치네
남녘 향해 나는 외기러기
반겨줄 짝 있어 다행이지만
상전벽해 고향이나
날카로운 마천루 숲속에는 아무도 없네
- 2018.12.15. [1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