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 봄물 가득한데
- 여강 최재효
창창(蒼蒼)하던 옛님들 모두 어디 갔는가
천리 나그네 동매(冬梅)에 취해
백주(白晝)에 꿈을 꾸네
아아, 여기가 어드메뇨
강 건너 부소산성을 바라보면
옛 왕조 피눈물이 아른 거리고
살며시 눈을 감으면
꽃 같던 백제 여인들 통곡소리 애끓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봄은 무르익어
사방에 꽃향기 가득하고
백마강에 까치놀 하얗게 부서지는데
한 동이 술에도 취하지 않네
언제쯤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서린 사비성에 올 수 있을까
외기러기 지는 해 너머로 날아가는데
나그네 갈 길을 잃고 머뭇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