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 진시황 병마용갱 - 직촬
허망한 흔적에 상처만 남기고
- 秦始皇에게 부치다 -
- 여강 최재효
피묻은 대륙을 통째로 삼키고도 배가 고팠던 것일까
명부(冥府)까지 훔치려던 어떤 광기(狂氣)
그 담대함이 경이를 넘어 연민을 느끼게 하는데
어째서 욕지기가 나려고 하는가
하얀 태양은 언제나 처럼 서역(西域)으로 사라졌고
붉은 달도 서천(西天)으로 모습을 감추는데
어떤 사내는 한때 동쪽으로 달려가
하릴없이 평지에 풍파(風波)를 일으켜 놓았다지
억만년 갈 것 같은 만리장성도 이미 무너졌고
호걸의 지하 세상 진흙 병마(兵馬)들
반쯤 녹아내린 채 멍하니 서서
고향을 그리며 서러운 눈물 훔치고 있네
세상 모든 사람들의 한계(限界)는 이승이거늘
무슨 이유로 저승을 희롱했던 것일까
사람이나 토용(土俑)이나 쓰임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두더지처럼 대지 여기저기를 후벼 파놓고
태산을 덮고 누웠다 한들 불사신(不死身)이 될까
한세월이 흐른 뒤에 황량한 벌판에는 아무것도 없고
사막의 찬바람만 무시로 불어 올 테지
- 창작일 : 2017.1.26일 (16:50)
서안 진시황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