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춘(非非春)
- 여강 최재효
지난해는 고단한 무춘(無春)이 있어서
한동안 쓸쓸했는데
금년에는 상춘(上春)이 가까이 있어도
하늘 비고 땅도 텅 비었어라
뒷산에 짝 잃은 산짐승 울부짖는 소리
밤새 뒤척이는 사내 헛기침 소리
두 그림자 먼 환영(幻影)에 쫓기는 듯
뜬 눈으로 밤을 새우네
아무도 뺄 수 없는 쇠뿔 같은 것이
백 년 동안 나그네 몸속에서 자라나고 있는데
아마도 저 강을 건너야
그것이 더는 자라지 못할 듯 하네
춘삼월이 남산 너머에 납짝 엎드려 있으니
내일 아침에 설매(雪梅)가 피고
모레 춘조(春鳥)들 짝을 지어 나타나면
조용히 향내를 맡아볼 수 있으려나
쉽게 가는 길
무시로 돌아오는 길, 모두가 험난하리니
봄물 오른 나뭇가지에 밤새 꽃이 피거든
시끄러운 일 멀리 갔다 믿으리라
- 창작일 : 2017.2.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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