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로
- 여강 최재효
해와 달이 서로 앞으로 달려가려
항시 싸움을 일삼으니
반백(半百) 조금 넘었는데 가을 길목에 섰네
노상방초(路上芳草)는 내일 내릴 서리를 모르고
녹음(綠陰) 속 벌레들 마냥 즐겁기만 한데
타향에 한 나그네 발길을 멈추고 섰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죽우(竹友)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데
홍안(紅顔)은 사라지고 검버섯이 피었네
평생 홍진(紅塵)에서 도망 갈 꿈만 꾸었는데
이제는 병든 몸이 되어
병상(病床)과 친구가 되고 말았네
세상 직분(職分)을 그만두려하여도
금방 옛사람이 될까 두려워
가벼워진 몸으로 부림을 당하며 탄식하네
- 창작일 : 2017.6.16. 01:17
(인천 구월동 驪江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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