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 哀歌 -
- 여강 최재효
먼지가 켜켜이 쌓인
서고書庫를 정리하다가
십만 광년光年쯤 멀어진 시공時空을
한참동안 여행해야 했네
그는 시간 속에 박제剝製되어 있었고
나는 곁에서 좁은 공간에 묶여
쓸쓸히 웃고 있는데
백년도 훨씬 지난 듯 낯설어 보이네
오랜 친구였다가
한때 서로의 눈부처로 있다가
이제는 동쪽과 서쪽 끝에 서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되었네
사진 속에는 국어와 산수가 있고
도덕과 음악이 있는데
눈을 감으면 눈물과 탄식이 점점 박혀있고
배신과 쓴웃음이 춤을 추네
하얗게 빛이 바랜 사진은
아련한 추억을 불러오는데
뇌리腦裏에 보관된 그날의 강렬한 색상은
자주 악몽을 꾸게 하네
-창작일 : 2014.7.12.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