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花人(4)
- 여강 최재효
천둥번개도 없는데 하얀비가 내리네
그 빗속을 정처없이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내가 사람인지 화목花木인지 알 수 없어
옛이름 불러보지만 응답이 없어라
스스로 눈을 가리고 살다보니
세상에서 무심한 사람이 되고 말았네
다언多言의 입보다 무언無言의 꽃이 좋아라
빈잔에 술 대신 꽃향을 채우면 시뻐하지 않으련만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는데
오직 목신木神이 손짓을 하니
실어失語의 미덕美德에 고마워 하면서
잠시 비인간非人間 경계에 서있네
꽃바람 불어오니 흑운黑雲 걷히고
반월半月이 뭍별과 다정한데
서글퍼라, 한 잔술 권할 이 가까이 없네
화풍花風 거세지니 산새들 밤새 지저귀고
- 창작일 : 2014.04.10.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