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戀花
- 여강 최재효
어둡던 인동忍冬의 잿빛 꼬리가 보이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던 춘정春情이 찾아왔는데
덩달아 불청객 황사의 발톱이 언뜻 보이니
조심스레 새로운 잔에 새 술을 따라보네
멀리 날아가 버린 나비는 다시 오지 않으리니
기다리는 근심걱정도 이제는 한낱 추억이어라
여인旅人과 꽃은 이별을 위해 존재하는 여린 것
올봄에는 새로운 춘화春花가 얼마나 피어날꼬
함께 했던 사람이 갑자기 별인別人이 되면서
비단금침 적시며 뒤척이던 초췌한 우일雨日들
이제는 밤보다 낮이 긴듯하여 만족해하는데
달빛에 몸은 날로 여위어가 그만 우울해지네
그리워라, 봄 가운데 마셨던 합환주合歡酒여
안타까워라, 늦가을에 통음한 별주別酒여
잊어야 할 것들의 거침없는 반란反亂이여
산 너머에서 호기好期를 기다리는 임이시여
창문을 열어젖히니 봄바람 흉금을 적시고
동방洞房에 서운했던 냉기도 멀리 날아갔는데
얽히고설킨 심사心事가 잔설殘雪처럼 남아있어
행여나 꿈속에 핀 꽃일까 싶어 가슴을 졸이네
- 창작일 : 2014.03.20.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