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5)
- 여강 최재효
북풍타고 기러기 떼 남쪽으로 날아가네
나그네 단심丹心은 꿈길을 헤매는데
안타까워라, 지척에 고운임 두고
양계兩界에서 조차 영원히 만날 수 없어라
한처寒處에 쓸쓸히 앉아 문을 닫고서
밤이 이슥토록 밤하늘만 바라보는데
창공에 별들도 서둘러 돌아가 버리고
허공에 힘없이 낙엽만 추풍에 휘날리네
선대先代의 유명遺命 속으로 다짐하였건만
천지신명天地神明의 뜻 다른데 있고
가인佳人은 늘 안개에 가려 있으니
어느 하세월에 청풍 불고 명월 오를 수 있을까
올 가을도 독배毒杯를 벗 삼아 밤을 새우며
흰머리 한올 한올 뽑아 신을 만들어 신고
몽중인夢中人을 만나러 다녀오면
거울 속에 이인異人은 나를 무섭게 노려보겠지
나그네 세상 이력履歷 다하면 비로소
하늘에 달과 별들 한가해 질 테지
만추晩秋에 어느 독가獨家 어둠에 묻히고 나면
진달래 숲 소쩍새는 각혈咯血을 멈출 테고
- 창작일 : 2013.10.25. 23:00
[주] 양계兩界 - 이승과 저승